이것은 부엌에서 고양이대신 왕노릇을 한 쥐 이야깁니다. 쥐란 놈은 원판 영리하기 때문에 좀처럼 잡히지 않습니다. 꾀가 많아서 사람이 비싼 음식을 만들어 놓은 것을 멋지게 훔쳐 먹고사는 비상한 재주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제 그 쥐란 놈이 차차 사람과 친해져서 으례히 사람이 먹을 음식을 앞질러 먹을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되었읍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과 친해진 쥐에게 가장 무서운 염라대왕은 고양이었읍니다. 다행이 요새 고양이가 부쩍 적어져서 쥐가 약간 안심은 하게 되었읍니다마는 그래도 쥐가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늘 근심은 태산 같습니다. 하루는 네 마리의 쥐들이 이 지긋지긋한 고양이를 흘킬 수 있는 꾀를 생각해 보았읍니다.
그런데 그중 가장 멋진 「아이디아」를 내놓은 쥐가 있읍니다. 그것은 가장 몸집이 큰나이 먹은 쥐를 골라내서 족제비로 분장시켜 고양이를 홀리게 해서 쫓아버리자는 것이었읍니다.
고양이는 사납기는 해도 어리석고 순한 면이 있으니까요. 대표로 뽑힌 쥐는 먼저 꼬리를 감추고 숯으로 고 한스런 작은 눈을 크게 그리고 얼굴을 크게 보이게하기 위해 목아지를 바싹 움츠러 뜨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종종걸음으로 걷지를 않고 껑충껑충 뛰는 연습을 했읍니다. 꾀만 남은 네마리의 쥐들은 그 고양이로 변장한 큰 쥐에게 박수갈채를 보내면서 고양이를 어서 쫓도록 했읍니다 큰 쥐는 은근이 겁도 났읍니다마는 으젓하게 부엌뒤에 숨어서 진수성찬이 차려져있는 부뚜막위를 군침을 삼키며 눈짓해 보았읍니다. 그런데 음식옆에는 고양이가 색시처럼 앉아있지 않습니까. 고양이는 그 큰 쥐가 하도 멋지게 분장을 했기때문에 진짜 족제비인줄 알고 밖으로 나갔읍니다. 쥐구멍속에서 큰 쥐의 거동만 살피던 네마리의 쥐들은 그 신호에 따라 날쌔게 부뚜막위로 뛰어올라가 굶주렸던 배 를 맛있는 음식으로 잔뜩 채웠읍니다. 잔뜩 배가 불러서 집으로 돌아온 네마리 쥐는 이런 잔꾀에 맛을 들여 이번에는 고양이를 완전히 없애버릴 꾀를 생각해 보기로 했읍니다. 남의 것을 훔쳐먹고만 살아야할 불쌍한 쥐들을 생각하니 나는 슬퍼집니다. 내가 누구냐구요? 글쎄 이집에서 내 밥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산양(山羊)입니다.
張世紀(영남대학교교수 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