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삼라만상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땅속에 들어가 긴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입을 열고, 새싹이 땅을 꿰뚫고 밖으로 나와 따뜻해진 날씨에 힘을 얻어 힘차게 솟아오른다. ▲그리스도께서 부활의 시기를 봄으로 택한 것도 이런 삼라만상의 소생을 더욱 뜻있게 강조하기 위한 말없는 교훈일 것이다. ▲이러한 봄을 가장 인상적으로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개나리·진달래를 필두로 하는 벚꽃의 계절이다. 벌써 진해(鎭海) 벚꽃놀이가 시작되어 꽃소식은 단숨에 서울을 향해 치닫고 있다. ▲꽃 이야기를 하다 보니 꽃을 대단히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허기야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줄안다. 그러나 이 친구가 좋아하는 꽃이란 것은 좀 색다른 꽃이다. ▲「신장개업」이라는 패말과 함께 밖에 세워진 꽃다발의 향기를 일부러 찾아다니는 일종의 괴팍한 버릇을 가진 친구를 처음에는 우습게 여겼으나 反射境子도 모르는 사이에 그 증세가 전염되고 말았다. ▲꽃이있는 집의 차맛은 99%가 진짜다. 음식 분량도 많고 가히 특제요, 서비스도 만점이다. 뿐만 아니라 아담한 기념품도 받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방에서 다과를 무료로 제공해 주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고보니 일부러 꽃있는 집을 찾아가는 인간의 심리는 나무랄 수 없는 것이다. ▲꽃있는 집만 찾아가는 이유가 또 있다. 「신장개업」 한달이 지나면 커피맛은 점점 그 순도가 떨어져 60% 내지 50%로 흐려지고, 서비스도 엉망이다. 그 누가 같은 돈을 내고 커피라는 이름의 숭늉만도 못한 사탕물을 마신단 말인가? ▲공의회 이후 수많은 평신자 단체가 제각기 신선하고 향기로운 기치를 들고 일어나 제법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한국가톨릭의 앞날이 밝아오는 것 같다. ▲그런데 과거의 예를보면 펑신자단체라는 것이 대개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신장개업 때의 요란한 서비스에 비해 너무나 무력한 추진력의 쇠퇴로 언제 없어졌는지도 모르게 안개처럼 사라지고 마는 것을 보았다. ▲보다 추진력이 있는 계통있고 조직적인 활동이 없고서는 신자단체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단한번이 아닌 계속적인 부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