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좀 먼 여정에 올랐다. 차창밖으로 흘러가는 누런 보리밭과 푸른 비단자락 같은 넓디넓은 못자리를 보니 세삼스레 계절의 속도와 리듬과 채색과 어떤 음향마저 감지할 지경이다. 투명한 공기 외엔 계절가각이란 전혀없는 콩크리트에 갇혀 있거나 아스팔트 위를 他人의 대열에 끼여 밀리는 나날을 회상하면 하필 그 깊은 사상의 의미를 추구하고 깨닫지 않더라도 『자연으로 돌아가라던』 누구의 말이 절실해진다. ▲대도회의 역두엔 인산인해다. 여기선 나그네의 낭만이나 여수가 아니라 서먹한 이방인의 소외감을 안고 다시 시골길 버스를 탔다. 도회가 멀고 시골이 깊을수록 하늘은 맑고 푸르다. 투명한 금빛 初夏의 대기 속에 연두빛 수목이 자욱한 사이로 적적한 산길을 한참씩 넘어가면 마을이 나선다. ▲가다금 시골 국민학교가 있는 마을의 들길에서 책보를 끼고 가는 어린이들을 만날 때마다 버스를 향해 즐거운 얼굴로 손을 흔든다. 그럴때마다 반드시 운전사 아저씨도 잠시 핸들을 놓고 정답게 맞우 손을 흔드는 것이다. 옛날에도 어린이들 특히 숫기없고 울음하기까지 한 시골 어린이들이 지나가는 차를 향해 이렇게 명랑하고 귀여운 몸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문득 언젠가 사무실 바깥대로를 지나가는 화려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파레이드」가 생각난다. 맨 앞에 현수막을 두른 트럭 속에 마치 산 인형같이 화려하게 꾸민 「리틀 미스」들이 잔뜩 실려가며 연도의 구경꾼이나 빌딩 창밖으로 목을 내민 구경꾼을 향해 쉴새없이 고사리같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짙은 회분칠을 한 얼굴, 틀어올린 머리, 성장한 숙녀의 축소판 그대로인 이 어린 꼭두각시들은 한결같이 굳은 얼굴로 기계인형처럼 손만 내젓고 있었다. ▲연예협회가 주고나하는 「歌手의 날」 「쇼」에 10세 전후의 어린이들이 어른이 「쇼」를 그대로 실연했다고 사회의 빈축을 사고있다. 어느 지방국민학교에선 『엄마 아빠 술먹고 춤추지 마세요』하는 「플라카드」를 들고 유원지정화궐기대회를 벌이려다 때가 어수선한 선거기니 만큼 당분간 제재를 당했다 한다. ▲막바지에 오른 선거전쟁은 어느것이 암까마귄지 수까마귄지 모르게 피차가 모략 · 중상 · 음모를 빙자코 맞고소 「붐」을 일으키니 가히 철부지한 惡童들의 난장격이다. 시대는 바야흐로 어른은 치졸한 小兒행세, 아이는 앙징맞은 어린행세를 하는 世代倒錯病(세대도착병)에라도 걸린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