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돌아간 R詩人의 令愛가 이 봄에 결혼을 하고 내외 나란히 社에 인사를 왔다. 양친 다 사별한 규수에 대해선 늘 마음 한구석 측은한 정을 가실길 없더니 夫君과 나란히 선 연분홍 진솔로 단장한 새댁의 예쁜 모습이 이제사 얼마나 흐뭇한지 모르겠다. ▲플라톤의 「향연」에 보면 인간은 태초에 남녀가 등을 맞대고 붙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人知가 발달하여 인간이 자꾸만 神을 거스리게 되자 神은 이러다간 사람에게 모반을 당할까 두려워하여 사람을 두쪽으로 쪼게서 그 능력을 약화시켜 버렸다고 한다.
그후부터 인간은 잃어버린 반쪽을 항상 그리워하고 다시 한몸이되고자 제짝을 찾아 헤맨다고 한다. ▲성경엔 하느님이 태초에 아담을 만들어 놓고 보니 무척 외로운 것 같아 그 갈빗대를 뽑아 에와를 만들어 곁에 살게 했다고 되어 있다.
동양에서도 夫婦一體란 말이 있고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이란 男女가 合一함으로써 가장 자연적인 의미에서의 人間完成을 뜻하는 것 같다. 그러니 인간의 사랑은 태초부터 인간 안에 뿌리박힌 근원적인 소질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볼때 남녀가 만나자 화합하고 사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필연적인 사실같은데도 그들이 일생을 반여로 해로하기란 결코 단순하고 쉬운일이 아닌 모양이다. 흔히 旣婚者들은 결혼에 대해 기대하지 말라는 등 결혼이란 바로 「고생」의 關門이라고까지 말한다.
사실 男女라는 완전히 독립된 두 個體가 一體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렵고 만나기까지엔 조건도 많고 살아보면 말썽도 숫할 것이다. ▲결혼조건하면 인물에다 문벌 학벌 경제 이밖에도 행복을 보장하기 위한 조건은 끊임없을 터인데 그렇다고 그 무수한 조건이 다 갖추어진다 해서 인간이 결코 완전할 수가 없는 것은 뻔한 사실이다. 사실 인간이 자기 자체로서 완전할때 사랑도 결혼도 필요 없을지 조차 모른다. ▲희랍신화나 성경의 人間始租說이 뜻하는 것은 결국 人間은 불완전하고 결여된 存在로서 피차의 결함을 사랑의 수단으로 개척하고 완성에로 지향해 나가는게 아닌가 싶다.
상대방의 좋은 점을 서로 갈구하고 그가 善하고 아름다울때 희열을 느끼며 그것을 지니지 못했을때 피차 갖도록 돕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때 결혼이란 시간의 제약이 없다는 이 단 하나만의 충분조건을 두고 두 불완전한 個體가 利己를 벗어나서 조건없는 사랑과 헌신에 이르기까지의 끊임없는 「사랑의 修業」이며 이것은 바로 영원한 「人間修業」 그 자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