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에 열린 전국죠구회의 상임위원회는 28일부터 30일까지 개최될 주교회의가 논의할 의제들을 결정했다 한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는 65년 12월에 폐회했다. 그러나 교황 바오로 6세가 폐회식서 밝힌대로 공의회는 이제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에서 주교회의가 개최될 때마다 「한국 공의회」로 알아왔고 뜻있는 천주의 백성들은 주교회의 개최전부터 끝날때까지 「공의회 기구문」으로 성신께 주교회의의 성공적 진척을 돕도록 빌고 『막중한 회합에 참석한 주교님들의 정신을 비추어 주시길』 기원했으며 관심을 기울였다.
주교회의는 두말할 것 없이 우리나라 사목의 「최상전권」(最上全權)이 행사되는 기관이다. 지난 공의회를 위대한 것이라고 한 중요한 이유중 하나는 「교회헌장」이나 「주교사목직분」이 규정한 바로 주교의 본질과 그 직분이다. 상기한 두 교령은 역사적으로 「주교 공동성」을 천명하고 주교를 사목 최상전권을 가진 자요 『사도의 후계자며 그리스도의 지상대리자요 전교회의 가견적(可見的) 으뜸인 교황과 함께 생활하신 천주의 집(교회)을 다스리는 자』로 규정하고 주교는 모든 신자의 일치의 가견적 원리며 바탕이라고 했으며 그 직분은 「설교=복음선포, 성화교도, 교회의 사회참여, 구호와 대화, 교회일치 등」 모든 사목의 주도(主導)임을 밝혔다.
우리가 주교회의에 관심을 총집중시키는 또하나의 이유는 전과는 달리 공의회가 주교회의를 사목임무수행상의 「교회회의」로 규정하고 동회의의 결의사항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했으며 동회의는 『교회가 인류에게 주는 선을 촉진』하는데 전력을 다하도록 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주교는 교황과의 사도적 일치에서 사목 최상전권을 행사하는 신적설정(神的設定)의 소명(召命)을 받은 영적지도자이며 그리하여 주교단은 오늘 우리나라의 교회는 물론 모든 겨레의 윤리적 생활을 염려하고 불의와 부정 · 부패에서 구출해야 할 과제를 지니고 있다는데 있다.
우리 주교님들은 그간 공의회에서 세계 전주교님들과 함께 교화관을 천명하고 현대세계사목에 공동노력할 것을 서약했다. 그리하여 우선 국내서의 공의회 정신계몽을 위시하여 전례 제반개혁과 현대에 적응하려는 사목태세를 갖추어 가고 있다. 즉 전례 교리 등 제위원회 설립, 대 소재 등 신앙생활 규율 개혁 등.
그리고 오는 28일부터 시작할 3일간의 주교회의는 의제로 ▲수도회 · 선교사업위원회 설립 ▲신앙교리수호위 설립 ▲「매스콤」위 설립 ▲「가톨릭」 구라협회 설립 ▲혼인에 관한 특전 신청 ▲사제의 하복통일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같은 의제들은 모두 긴요하며 근본적 작업이요 주교님들의 극진한 노력에 우리 모든 천주의 백성들도 혼연일체 해서 성공적인 수행에 적극 참여해야 함을 재삼 강조하는 바이다. 아무리 지도자가 위대하고 유효적절한 계획을 세워도 신자들이 무관시마거나 무능력할 대는 절망과 무위(無爲)만이 남고 모든 것은 도로(徒勞)에 그칠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교회가 한국사회의 공동선을 위해서는 어느정도 기여하고 있으나 적극적인 의미에서 불의 · 불륜 · 부정 선도에는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세마저도 불완전함을 자인않을 수 없다.
그동안 주교회의 산하에 전례 등 위원회가 생겨 전례 · 규율개혁과 새 교리서 출간에는 얼마간 기여했으나 그 활동상이 어쩐지 항구적이거나 협의적이 아닌 극히 소극적이며 탐구적인 노력을 찾을 길 없는 「임기응변」(臨機應變)이란 인상이 짙고 주체성을 발견 못하겠다.
공의회는 신앙의 주체성과 생활화를 강조했으며 그것은 모든 공의회 교령에서 그리고 「로마」 중심에서 지방집권체제로의 변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거니와 예컨데 한국민은 아직도 그리스도교를 이방종교시(視)하여 구태의연할 뿐이다. 물론 이같은 현상이 하루 아침에 바꾸리 수는 없다. 그러나 그동안 이것의 시정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우리는 했던가?
주교공동성은 아직도 몸에 배지 않은 개인 「플레이」의 인상을 준다. 그것은 공의회 각종규정 실천에서 그러하며 예컨데 병인순교 백주년 기념, 평신자대회에의 대표파견, 지난번 「마닐라」서 개최된 「아세아 사목교리교수연구주간」 참석 등에서 엿볼 수 있다.
물론 공의회 정신계몽이나 실천이 교구에서 그리고 신부에게 먼저 되야 한다는데서 몇몇 교구가 이 작업을 의의있게 진행시,키고 있음은 잘 알고 있다. 또한 적절한 것인 줄 안다.
그런데 주교회의에 임하는 주교님들이 논의될 의제에 관해 많은 자문(諮問)을 받아 연구했으면 한다. 그 이유는 효과적 대화, 풍성한 결실과 천주의 백성이란 의의를 살리고 발휘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가톨릭시보」 6월 11일자호 제2면에 보도된 『공의회가 제시한 과제, 얼마나 알고 실천했나』의 내용을 보고 깜짝놀랐다.
우리는 눈뜬 봉사였고 모든 것을 다 아는 척한 사이비식자(似而非識者)였음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알고 무엇을 했던가? 근본적 자세확립이 시급하다. 이같은 일은 혼자서 못한다. 지금이라도 늦지않다.
주교회의에 바라건데 첫째 한국교회 사목을 어떤 계획하에 어느방향으로 진척시키려는지를 모든 천주의 백성이 알고 이해하여 따르게 하고 이미 세운 위원회는 물론, 앞으로 설립할 위원회에 적어도 3 · 4명 전문위원을 두어 각 교구위원, 본당신부와 평신지도자의 협력을 얻어 맡은 임무에 전념(專念)하게 하고 둘째 무엇보다 한국의 천주의 백성들이 공의회 정신을 먼저 알고 실천케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도 하루속히 과도기적 현상에서 벗어나 소극적이 아닌 적극적인 선교의 사도로 「다이나믹」한, 성신의 새로운 강림에 힘입은 구원(久遠)의 봄을 맞은 교회건설 대열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시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