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6·8 선거의 뒷소문처럼 불쾌하고 괴로운 이야기는 없다. 사람은 실패한 일을 또 실패하고 실패를 거듭하는 동안 실패에서 벗어나는 서광도 엿보게 되는 수가 있다고는 하지만 3·15의 경험을 다시 해서는 안되겠다고 크게 반성한지가 불과 몇해나 되었길래 이번 6·8 선거는 그모양 그꼴이 되고 말았단 말인가.국민들은 일이 끝난 뒤에야 이런저런 잡음과 소란을 일으킨다. 민주적 시민으로서의 자기네들 책임을 집권자나 정당인들에게만 전가하려 든다. 이런 풍조는 아마 우리민족의 병폐인듯 싶다. 도대체 정치라는 것이 권력의 쟁탈전으로 밖에 이용되지 않는 이 세속적인 사태가 역사적 사회적으로 권력에 굶주렸던 우리 민족의 영혼을 악순환적으로 그런 궁지에 몰아넣는 원수가 되고 만 것 같다. 그리스도 신비체의 지체로서 천주님과 생명으로 결합되어 있는 우리 교회의 형제 자매들은 성총 안의 생활로 그런 세속의 원수를 물리치는데 힘써야 됨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 신도들은 그와같이 병든 세속사회를 치료 성화하는데 앞장서는 문제는 커녕 먼저 교회내의 생활에 있어서도 오리혀 세속적인 악풍을 일으키는 풍조가 있지 않나 하는 큰 문제에 당면하고 있는 것 같다. 무엇인가 잘못이 있으면 신도들이 스스로 그리스도 신비체의 지체임을 망각하고 잘못된 일의 책임을 성직자에게 돌리는 수가 많다. 마치 부정선거가 끝난 다음 집권자들에게 책임전가를 하러드는 따위이 민족적 악풍이 교회내에도 침투되어 있단 말이다. 심지어는 『가톨릭 교인이 무슨 일을 하려면 절대로 신부 믿고 하지말라』든가 『신부가 무슨 일을 하려면 신자라고 믿지 말라』든가 하는 등등의 말이 생기게 까지도 되었다. 우리교회가 얼마나 세속 바람에 시달림을 받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시사하는 말들이다. 교회가 세속사회의 병든 풍조에 휩쓸려서는 물론 안된다. 그러기 위하여는 세속사회를 성화하는 책임을 느끼면서 그리스도 신비체인 우리 신도들 즉 우리 교회는 먼저 성총있는 생활로 결속하여 사랑하는 형제들로서의 좋은 표양의 세속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만 되겠다. 세속사회가 시끄럽고 어지러울 때일수록 그럴 필요성은 더 많아지고 그럴 가능성도 더 많아진다. 백년전의 우리들 형제들이 순교로 흘린 피의 냄새는 날이 궂으면 더욱 퍼져 나온다. 우리는 한국의 가톨릭역사를 더듬어 올라가 그 시초에 성직자도 없고 성당도 없던 메마른 땅에 스스로 하나 하나 그리스도 신비체가 형제 자매들이 생명을 얻어가던 그 옛날의 일을 상기하면서 신도 각자가 반성과 자각의 시대를 창조해야만 되겠다.
兪碩鎭(베드루 神經程神科院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