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 「심포니 오브 디 에어! 연주회 때-한·미 민간인군장병들이 중앙청 잔디밭에 어찌나 빽빽히 들어앉았던지 더 뚫고 들어갈 재간이 없어서 심포니를 듣는 다기 보다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자리나마 다행으로 여길 지경이었다. 이윽고 시간이 돼서 먼저 두 나라 국가가 연주되자 청중은 일제히 일어나서 부동자세를 취했다.
그러니까 약간의 간격이 생기게된 것이다. 바로 이때 어떤 파나마 모자를 쓴 신사(?) 양반하나가 기회 놓칠세라 부동자세를 헤치면서 날쌔게(?) 앞으로 앞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보다 훨씬 옛날 어느 여름 명동성당서 성체강복식때의 일-을 갠과 방울소리가 어울려 퍼지는 가운데 신부님은 성광을 높이 쳐드시고 남녀신자들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수그릴때, 난데없이 포인터 한마리가 뛰어들어 제 세상인양 싸돌아다니다가 방울소리가 그치자마자 회장님한테 혼줄이 나서 쫓겨나가는 것이었다.
지난 1월 21일 밤에 무장공비가 휴전선을 뚫고 청와대 근처까지 거침없이 들어온 사건은 아직 기억에 새롭다.
무장공비는 국법이 용납치 않는 것. 군·경·민이 합심해서 打盡해버렸고 「포인터」는 법조항을 들쳐보는 수고 이전에 회장님에게 내쫓기는바가 되고 말았지만 이 파나마모의 신사양반만은 앞자리 좋은데를 차지하고 나서 快재를 불렀을 런지 모른다.
뿐더러 國歌의 엄숙한 儀禮를 고지식하게 지킨 청중들을 바보로 봤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군·경·민도 회장님도 어쩔 수 없는 이런 양반을 요샛말로 「얌체」라고 하는 것일까? 촛점을 넓혀서 세상의 헛점·맹점·약점 등을 요리조리 이용, 아니, 악용해서 지위·권세·재물 따위를 차지하는 족속을 연상해 본다. 이들에겐 얌체보다 더 다른 적절한 낱말이 있음직한데 무엇일까?
가끔 『-신자가 아니었던-!』하는 말을 듣는다.
신자가된 탓으로 파나마모의 신사가 될 수 없는 것이 한스럽다는 뜻이야 아니겠지만 어쩐지 『아니었던들』이란 말의 뉴앙스가 거북하다.
어쨌든 우리 가톨릭인만은 심포니를 멀리서 바라다보는 한이 있더라도 만인의 눈총을 받는 파나마모의 신사만은 따르지 말아야겠다.
崔常善(마리아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