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都心地의 출퇴근시간은 그대로 교통지옥이다. 즐비하게 줄지어선 대소형의 차량사이를 채신머리없는 택시들이 새치기로 빠져나간다. 그 무질서한 「疾走」 사이를 간혹 어린 국민학교생이나 年老한 분이 무심히 지나는 것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려 진다.
미국의 어떤 잡지에서 본 「초현대」란 제목의 만화가 우리나라에도 적용되고 있는 셈일까. 그 만화는 「세일즈맨」이 줄지어선 車輛의 위를 걷고 있는 그림이었다. 車를 타고 다니느니 보다 車위를 걷는것이 빠르다는 현대문명에의 해학이다. 이 만화를 방불케할 정도이니 서울의 交通文明도 대단한 것인데 그중에서도 국회의사당 앞길이 가장 복잡하다.
그 까닭은 국회의원들의 車가 마음대로 좌우로 회전하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많은 車가 밀려 기다리다 그 傍若無人한 「選良」들의 횡포를 주시하다가 무언가 중얼거리며 지나간다.
어떤 敎授가 酒席에서하는 말이 『우리나라선 청렴결백한 「엘리트」가 최소 2백명이 三府要路에 앉아 지켜야 부정부패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2백명이란 숫자가 어떻게 산출된 것인지는 모르되 高位 몇사람만이 아무리 청렴하댔자 그 많은 악순환의 몫을 누룰수가 없다는 뜻으로 충분히 一理있는 말로 들었다.
많은 시민이 注視하는 앞에서 자기들이 만든 질서를 서슴치 않고 깨뜨리는 「選良」을 아무도 「엘리트」라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국회에 보낸 것이 국민이니 역시 책임은 국민이 져야한다는 계산밖에 나오지 않으니 답답하다.
무슨 책에선가 「李瑞求」 선생의 「담배」란 수필을 읽었다. 正祖 純祖의 2代에 걸쳐 父子가 領議政을 지낸 延安金씨의 청렴했던 애국충정을 담배를 통해 엿본 구수한 글이어서 잊혀지지 않는다. 아버지 金역이 領議政을 지낼때인데 아들 載찬도 平壤監司에 앉게 되었다. 큰 벼슬자리로 떠나게된 재찬의 친구들이 찾아와 조촐한 祝宴을 벌였다. 그러나 金역이란 어른이 하도 청렴해서 菜현(현만리동 입구쯤) 언덕바지의 그의 집은 작은 사랑방하나를 장지로 막아 父子가 함께써야 했으니 祝宴도 숨을 죽여야 했다. 재찬의 친구들은 담배를 피웠다. 재찬에게도 권했다. 領議政은 장지 넘어로 아들의 『아버님이 계셔서 안피겠다』는 사양을 듣고 흐뭇했다. 그러나 짓궂은 친구들의 권에 못이겨 아들은 급기야 담배를 피우고 말았다. 이튿날 아침 재찬은 아버지 앞에 출발인사하러 들어갔다. 아버지는 호령했다.
평양으로 못간다고 상감께 아뢰라는 것이었다. 그 까닭을 묻는 아들에게 그는 『장지한장 넘어로 애비를 속이는 놈이 5백리 떨어진 평양가면 나라님을 얼마나 속이겠냐』고 꾸짖는 것이었다.
正祖는 이말을 듣고 戶曹에 命하여 큰집을 賜送토록 하였으며 재찬은 純組때 영의정까지 지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깨끗한 권력자가 많았다. 金父子와 같이 진심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엘리트」가 2백명만 있다면 하는 욕심을 가져본다.
南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