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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늘속의 花信(화신) / 柳信正(大邱市 三德洞 82의 1 교도소 內)
삐죽삐죽한 침엽들이 힘차게 발아하는 계절인가 봅니다. 가냘픈 한포기의 잔디에게도 은총이 머물고 있군요. 이럴진대 천주 어찌 당신과 같이 만드신 우리 「사람」에게 무관하시겠읍니까.
나는 오늘은 일많이 했죠. 아침에 열심히 청소하고 소지품도 정리하고 단추도 다시 달아보고 무릎에 해진 곳을 꿰매고 창문을 깨끗 이 닦고 먼지를 말끔히 떨어버리고 나니 진짜 내마음에도 봄이온 기분이군요. 확실히 태만은 무서운 것, 오늘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둘레를 정리해 놓고 보니 태만해서는 안되겠다고 다짐합니다. 어릴적에 들은 기역이지만 유럽 연안에 「레모라」라는 이름의 고래(鯨)는 아무리 큰 배라도 가지 못하게 막아버린다고 합니다.
옛날 바다에 배띄우는 사람들은 폭풍보다도 이「레모라」를 더 무서워했다고 합니다. 이「레모라」와 같은 방해꾼이 우리의 마음속에도 가끔 나타난다고 봅니다. 돌이나 쇠라도 좋을 듯한 불칼 같은 의지와 정열도 그 방해꾼에게 부닥치면 중단 돼지요. 마음속에 있는 「레모라」 이것은 바로 태만입니다. 게으른 마음이 한번 머리를 쳐들면 힘찬 정열도 삼켜버립니다…
■ 바다의 부활절 / 김상하(일병, 군우-56~602 한국함대 제2전단 LSMR311함)
여기는 서해 파도가 잔잔한 연평도 앞바다. 4월의 맑은 하늘과 푸르른 바다가 잔잔하다. 이곳 서해 위에 기우는 저 태양이 몇번만 더 나의 머리위를 지나가면 기쁨과 환희와 용약의 부활 축일이 이 바다위에도 다가오겠지. 허나 이 「세일러」의 마음엔 부활의 기쁨과 영광대신 안타까움과 선망의 환상만이 가득차 있다. 육지의 발길과는 거리가 멀고 성당과 동떨어진 망망대해에 나와 있으니 주님을 향한 나의 마음은 어디로 가야할까.
66년도 성탄절에는 기압의 시련속에서 소정의 신병교육을 받느라고 하루해가 지는 줄도 모르게 지냈으며 67년도 부활절과 성모몽소승천땐 이름 모를 섬을 지나 달빛을 벗삼으며 정의의 날개를 바다에 폈고 동년 성탄엔 집에서 어머니가 우송해주신 판공성사표로 진해성당에서 판공성사만보고 출항의 고동을 울렸으며 오늘의 이 부활절엔 서해외딴섬에서 보람없이 덧없이 보내야만 되다니… 바다가 원망스럽다. 서해 출동 중 부활축일을 묵상하는 한 병사로부터.
■ 軍人의 향수 센치멘탈 아니다 / 채유리안나(전주중앙천주교회)
각 「매스·콤」을 통해서 국군장병들의 무딘듯 다감한 향수에의(위문품 위문편지) 집념을 알고도 남음이 있다. 결코 「센치멘탈」의 소치라고만 볼 수 없는 그들의 감정은 날씬한 울음이 되어 고국에 메아리진다. 우리 신자들은 이유없이 무조건 따뜻한 인정이 있어야겠다. 본능화된 정을 그들의 주위에 아낌없이 뿌려봄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