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바오로 6세 교황께서는 지난 13개월간 수원교구장인 윤공희 주교로 하여금 서리케 해 오던 서울대교구장에 마산교구장이던 김수환 주교를 대주교로 승격시켜 임명하였다. 서울대교구는 그 관할구역안에 우리나라 수도(首都)인 서울이 들어 있어 전국 14개 교구(이북 2교구 포함) 중에서도 가장 책임이 무겁고 일이 많은 교구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우선 교구장이 오래 공석이던 그 교구에 정식 교구장이 임명되었다는 것을 크게 환영하는 동시에 신임 김 대주교께 많은 기대를 걸고 싶다.
한국교회에서는 지금까지 교구장이 그 임지(任地)를 바꾼 예가 없 었기 때문인지 이번 서울대교구장 임명은 우리들에게 하나의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한 것 같다. 즉 제2차 「바티깐」 공의회가 강조한 주교공동연대성의 생리적 1면이 이번 인사(人事)를 통하여 예증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는 그 행정을 위해 여러 교구로 나누어지고 또 그 직능에 따라 주교·사제·평신자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하더라도 교회의 사명은 하나인 사도직에 귀일(歸一)되므로 그와 같은 유기적인 공동체의 생리를 떠나 교회가 존립될 수 없다는 것을 절감(切感)한다. 그리하여 교황의 이번 인사를 계기로 첫째 전국주교님들이 그리고 모든 이 나라의 「하느님의 백성」들이 신자로서의 공동체의식을 몸에 익히도록 온갖 힘을 다해야 할줄 안다. 우리 한국교회의 행정상으로는 수도(首都)에 주교좌를 둔 서울교구라고 하여 다른 교구와 구별될 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치·외교·경제·사회·문화의 중심지인 수도를 관할하는 서울대교구의 사도직 활동이 한국교회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본다. 교회행정상으로는 한국의 대표교구가 아니지만 실제로 질머져야 할 책임에 있어서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무거운 짐이 지워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서울대교구장이 된 김 대주교께와 교구내 모든 성직자와 평신자에게 우리 한국교회의 모범교구로서의 훌륭한 면모를 이 기회에 다시 갖추어 수도교구의 실질적 소명을 다하고 나아가서 지방교회에 봉사하는 교구가 되어주길 바란다.
특히 권모술수(權謀術數)와 변화가 생리화된 우리나라 정치계와 그 먼지가 자욱한 서울의 풍토속에서 구원의 교회가 지닌 사명과 그 사도직을 수행하는데는 사랑과 슬기가 겹전(兼全)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또한 오늘의 사회에 있는 모든 단체에 공통되는 문제이기는 하나 그 성패와 발전여부를 좌우하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그 구성원이 가지는 참여의식(參與意識)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지도자에게 요망할 것이 많으나 또한 그 구성원에게도 새로운 각성이 아쉽다. 특히 교회안에서는 적어도 이해(利害)의 타산이 아닌 사랑의 대화속에서 그 모든 신비체가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직과 왕직에 참여하고 하나인 공통의 사도직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도 이번에 임명된 김 대주교는 이미 마산교구의 모든 성직자와 평신자를 통하여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교구전체를 다정하고 단란한 하나의 가족으로 만들었고 사랑과 슬기와 경험을 갖춘 분이기에 우리는 모든 기대를 걸고 힘믿어워 한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 이래 전세계에 교회쇄신의 본격적 작업이 이룩되어가고 있는 이때에 우리한국교회 안에는 유달리 쇄신되어야 할 일들이 많다. 성직자사회에나 평신자사회에나 또한 교구행정에나 본당행정에나 하루빨리 쇄신되어야할 일들이 많다. 착한 뜻을 품고 그리스도를 따라나선 하느님의 백성이요, 각자(各自)가 또한 성신의 감도를 받고 있는 우리교회이므로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차질과 잡음은 그 개체의 결함에서 온다기보다 오히려 조직·활동의 구조적(構造的) 결함에서 오는 것으로 안다. 그 가장 손쉬운 예로서 우리교회의 성직자사회를 들수 있다. 남달리 사제의 성소를 받아 신학교에 들어갔고 그 꾸준한 수학과 수덕으로 모든 청춘을 바쳐 그리스도의 대리자가 된 분들이다. 그 사회에서 간혹 이질적인 잡음이 들릴때에 우리는 사제가 서품될때에 그리스도의 봉사자로서 가졌을 아름다운 청운의 꿈과 그동안 겪었을 한국교회의 현실을 함께 생각해본다.
그때마다 우리는 근본적 원인이 한국교회의 구조현실 속에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낌과 동시에 하루빨리 그 구조의 쇄신이 이루어져야 하겠다는 것을 절감하여 왔다. 이런 일들은 우선 한국주교단에서 논의되고 연구되어야할 문제이고 또한 사제회의에서도 스스로 비판하여야할 문제이기에 이 기회에 함께 첨언(添言)하는 바이다.
한편 좋은 목자를 서울로 보내드려야 하는 마산교구의 서운함은 말할 것도 없겠거니와 교구 설정초의 여러가지 사정과 더불어 걱정이 많으리라 짐작되나 오늘을 이룩한 평화의 터전위에 좋은 후임 교구장을 모셔 더욱 빨리 발전되기 바라마지 않는다.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 한국교회도 하루빨리 교구행정이 교구장의 개인 인격에 의하여 좌우되지 아니하는 구조행정의 체제를 갖추어야 하겠다는 점이다.
끝으로 서울대교구장과 모든 성직자, 그리고 모든 평신자에게 하느님의 많은 은총이 내리시어 한국교회의 모범이 되고 또한 지방 교구를 위한 좋은 봉사자로서의 자랑스런 서울대교구의 앞날을 기대하며 함께 기도하자. 왜냐하면 우리의 힘은 바로 기도이요, 이 기도만이 쇄신하려는 오늘의 교회를 그리스도의 교회답게 새롭힐 것이며 신임 서울교구장이나 서울대교구의 발전의 원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