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壇(논단)] 서울大敎區長(대교구장) 맞이하는 우리의 姿勢(자세)
沈滯(침체)벗고 果敢(과감)한 刷新(쇄신)을
平信者(평신자)의 能動的(능동적) 參與(참여)로
首都敎區(수도교구)의 面目(면목)갖춰야
오랫동안 공석 중에 있던 서울대교구장에 김수환(스테파노) 대주교가 임명된 것을 기뻐하며 동시에 대교구장에게 기대하는바가 실로 크다. 하루빨리 착좌해서 수도교구의 사목에 큰 발전이 있기를 한사람의 신자로서 초조하게 기다려진다.
돌아 보건데 이제까지 서울대교구의 형편은 한말로 말해서 침체상태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원인은 신자들 측에도 있겠지만 결국은 책재원수(責在元帥)의 교회운영에 대한 책임도 적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서울대교구는 한개의 교구에 그치지 않고 수도교구인 만큼 전국 각 교구의 대표격인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기에 우리 서울대교구는 이때에 깊이 과거를 반성하고 앞으로의 활동에 크게 결심하는 바가 있어야 하겠다.
새로 맞이하는 김 대주교는 다행히도 덕망이 높으시고 행정역량이 탁월하심을 들어서 잘아는 바이기 때문에 매우마음 든든하게 생각한다. 또한 김 대주교는 「바티깐」 공의회에 대한 연구가 깊으시고 지난번 주교대의원 회의에도 참석하셔서 한국을 대표하여 좋은 의견을 친술한 바도 있느니 만큼 약동하는 한국 가톨릭운동의 기수로서 가장 적합한 분을 모시게 된 것을 더욱 기쁘게 생각한다.
그러면 김 대주교에게 바라는 나의 솔직한 희망을 몇가지 들어 보겠다.
첫째로 교회의 쇄신에 관한 문제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오랫동안 침체상태에 있던 교회이니 만큼 차제에 적극적인 쇄신의 바람을 불어넣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타성을 용감하게 일소하고 가톨릭교회의 현대화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로 우리교회 안에서도 성직자나 평신자를 막론하고 보수적인 경향과 혁신적인 사상의 조류가 흐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두 조류를 잘 조절하는 것이 지도자로서의 중대한 역할이기 때문에 김 대주교께서는 어디까지나 혁신적이고 전진적인 자세로서 교회를 힘차게 이끌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둘째로 교회의 사목활동에 공의회 정신을 실현시키는데 있어서 용단을 내리시기 바란다. 신자의 능동적인 교회참여와 가톨릭교회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위해 성직자와 평신자의 상호일치가 가장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에는 교회사목을 성직자 본의로 해온 것이 사실이나, 오늘날의 사회실정으로 보아 평신자의 참여 없이는 세계성화작업에 효과를 얻을 수 없는 것이 명백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공의회의 정신이라고 믿고 있다. 이것이 바로 가톨릭교회의 사목활동 구조상 긴급히 요청되는 개혁문제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오랜 타성 때문에 실천에 옮기기에는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할 것이다.
셋째로 평신자 사도직활동의 조직화에 관한 문제이다. 오래전부터 성직자와 평신자간의 대화문제, 평신자 사도직의 적극화문제, 또는 평신자의 능동적인 교회참여 문제 등등이 논의되어 왔으나, 실상에 있어서는 그다지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원인은 평신자활동의 비조직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왜냐하면 평신자 개인이 항상 성직자, 특히 사목책임자와의 접촉을 갖기도 어렵고 또 접촉을 가졌다 해도 권위가 부여돼있지 않기 때문에실효를 거두기가 어렵다. 또한 대외적인 관계나 교회 상호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유기적인 관련을 갖고 있지 못하여 그 활동이 통일성을 결여하고 있다. 그러므로 평신자를 조직화하여 대(對)교회 또는 대(對)사회적 활동에 있어서 상호유대를 맺는 것이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능별 조직과 지역적인 조직을 병행해야함은 물론이다. 예를들면 「의사회」 「법조회」 「저널리스트·클럽」 등등이 이미 조직되고 그 활동이 상당히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만을 보더라도 예술문화·경제·정치 등의 각 분야에 있어서도 이를 조직화하면 교회발전에 크게 이바지가 될 것이다. 지역적인조직에 있어서도 각 본당별로는 각기 적당한 조직을 갖고 있지만 전교구적으로는 아무런 연결성을 맺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를 종적 또는 횡적으로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새 교구장을 맞이하는 우리 신자들은 어떠한 자세로 임해 야 할 것인가?
과거에는 우리가 피동적으로 움직여왔던 것을 능동적인 자세로 일대전환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 대교구의 침체원인은 신자들의 피동적이고 소극적인 교회참여 태도에 기인하는 바도 적지 않았다.
앞으로 우리 평신자들은 우리 모두가 정말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진의(眞意)를 깨닫고 「우리의 교회」 「우리가 교회」라는 투철한 생각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교회의 운영과 발전에 책임을 지겠다는 새로운 각오와 결심을 가져야 하겠다.
과거에 우리는 교회에 대하여 자칫하면 비판적이고 방관적인 태도로 임하여온 것이 사실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우리는 그런 과거의 사고방식을 지양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비판이라기보다 건의하는 자세로 자세를 바꾸어, 모든 교회문제에 대하여 뒷공론을 맡고 친밀한 대화를 통해 자기의 의견을 건설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우리가 가져야할 책임이요, 의무일 것이다.
끝으로 김 대주교의 뜻을 받들어 성직자와 평신자들이 일치화목 하는 가운데 우리 교회에 커다란 발전이 이룩되기를 기도한다.
玄錫虎(가톨릭 교리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