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제7대 국회의원선거는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사태를 야기해 놓고 말았다. 3·15이 기억이 흐려지기도 전에 또 거리에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소란을 이르켰다. 야당의원들은 국회를 외면하고 전국의 대학은 대부분 휴교 끝에 조기방학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정치인의 시세가 땅에 떨어지고 부정에 가담했던 행정관리들은 어느 장단에 발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인상이다. 항간에 풀린 막대한 선거자금은 생활필수품의 물가를 올려 놨고 다투어 내건 선거공약은 정치불신의 계기가 될까 두렵다. 이런 정국의 혼란을 틈칸 북괴(北傀)는 산맥을 타고 내려와 흡사 「게리라」전을 벌린 것 같고 최근의 정보부 발표에 의하면 194명에 달하는 북괴공작단이 대학교수 사이에까지 끼어 조직적인 간첩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태가 이 이상 계속되는 날엔 생각만 해도 소름끼칠 불행한 일들이 얼어날 것만 같다. 이 모든 일들이 정국의 혼란에서 온 것이기에 이를 바로잡는 길은 오로지 현정국의 시급한 타개에 있다. 부정은 시정되어야 하고 부정선거에 가담한 자는 법에 따라 처벌되어야 하고 국회의원은 의사당으로 모여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선행되어야 할 몇가지 문제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첫째는 지난 6·8 선거의 바른 평가(評價)이고 둘째는 그 원인을 캐내는 일이며 셋째는 그 시정과 앞으로 취할 우리들의 자세이다.
확실히 6·8선거는 묵과할 수 없을 정도로 불미스러웠다. 물론 민주국가에 있어서의 총선거란 다수이 입후보자간에 또는 정단간에 일어나는 당선을 위한 선의(善意)의 싸움이다. 그러나 이 경쟁에는 제대로의 「룰」이 있다.
입후보자나 정당이나 정부나 유권자가 이 「룰」을 어길 때에 그 선거는 부정한 것이 되고 그로 인하여 일어나는 연쇄반응은 정국을 어지럽히고 만다. 이번 총선거에 있어서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정부나 유권자나 가릴 것 없이 다과간(多寡間)에 모두 그 「룰」을 어겼다고 본다. 물론 그중에는 「화인 플레이」를 한 입후보자가 있고 민주국가의 유권자로서 긍지로운 투표를 한 상당수의 국민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입후보자와 이를 도운 정당 정부는 반칙을 한 자들이다. 유권자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혈연을 찾고 지연을 찾고 친분을 찾았으며 보수를 탐하고 술과 돈에 팔리고 투표권을 영리자금으로 착각했다. 그리고 보니 크게 부정이 들어난 몇몇 지구의 부정선거만이 문제가 아니라 이와 같은 선거풍토를 어떻게 바로 잡느냐가 문제이다.
이대로 두면 그런 선거풍토에서 생기는 타성과 관례화(慣例化)가 두렵기 때문이다. 부정을 한 자 중에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자기의 부정을 덮어 두거나 모르고 있다. 그러기에 그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대오(隊伍)의 선두에 서서 고함을 지르고 있지 않은가. 웃지못할 한심한 일들이다. 부정의 경쟁에서 졌으니까 결국 이긴자 보다는 부정이 덜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부정선거의 규탄이 아니라 낙선의 화풀이로 볼 수 밖에 더있겠는가. 지난번 선거를 통하여 이 나라 행정관리들의 생리도 완연히 들어났다. 그들중에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맡은 일을 잘 처리하며 국가발전과 국민의 이익을 보살피느냐에 정신을 쓰기 보다는 오히려 어떻게 하면 상관이나 권력에 대한 충성심이 잘 표시되어 현직을 보존하고 또는 영달의 꿈을 이룰 수 있겠느냐에 매여있었다.
그들에게는 제 직책이나 법규에 충실하기보다 권력에의 아부가 더 중요한 일이었다. 유권자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투표권을 비싸게 파는데 바빴다. 국가의 장래보다는 우선 먹어야 하겠다는 동물적인 본능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 불쌍한 군상들이다. 아직도 이나라 정치중에는 원래 정치란 계략과 사술(詐術)을 겨루는 법초월적(法超越的)인 것으로 생각하는 자가 많이 남아있다. 그들의 논리에는 부정선거라는 말이 있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들이 하는 부정선거의 규탄은 바로 부정을 내용으로 하는 사술의 정치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치루어진 6·8 선거가 불미스러운 정국의 혼란을 가져온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정치인과 정당과 정부와 유권자에게 맹성(猛省)고 각성있기 전에는 마찬가지의 앞날이 계속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사회의 정의로운 질서에 모든 행복과 제 생명을 맡겨 살고 있지 않는가. 만사람이 제각기의 이익만을 위하여 정의를 판다면 그 모두가 함께 멸망하기 마련이다. 물론 불완전한 인간의 사회이기에 사소한 부정은 관용할 수 있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된다. 사소한 불의가 있는 질서라 하더라도 무질서보다는 백갑절 나은 것이라는 것도 잊어서는 아니된다.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하려는 의욕과 방향의식이 갖추어져 있다면 그 사회의 행복은 약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정국수습을 위한 여야의 대화는 적어도 국민전체의 복리라는 정치인의 공동과제 밑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자세를 갖추지 못한 자는 정치계서 물러나거나 물러나게 하여야 한다.
정당이나 정부나 국회는 먼저 이번 선거를 통한 반성과 각성을 촉구하는 뜨거운 맹약(盟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법부는 부정선거에 가담한 자, 특히 그런 공무원을 색출 · 엄단함으로써 앞으로의 신선한 선거풍토를 조성하는데 주력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