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좋은 소리도 자꾸만 하면 고만 귀에 거슬리기 마련이고 사람에 따라서는 주책이 될 수 있다. 그런대로 덥다는 푸념을 한번 더 안하고는 못배길, 전국 최고란 이 지방의 현재 기온은 37도2부, 몸살하는 사람 체온쯤 된다. 그러니 이 더위에 시원한 화제를 끌어내도 시원찮은데 문득 생각나는 것은 폭양에 땀이난 찡그러붙인 얼굴 이상으로 불쾌감을 주는 어떤 영화 이야기다. ▲본시 화제가 궁하면 지식의 소시민층은 기껏 내 놓느니 영화이야기지만 더위의 불쾌를 불쾌로 다스리는 이열치열의 사리가 이 경우에도 해당된다면 다행이랄까! 기록영화의 세기적 명수 야코베티 감독의 「몬도가네」 그 속편. 예술의 가치 우열을 인간의 감정정서에 호소하는 그 힘으로 따진다면 이보다 충격적인 우수한 작품도 드물 것 같다. 허나 어떤 사물의 적나라한 사실적인 노정이 반드시 예술적일 수 없음도 사실일 것이다. ▲인간의 무치 광난 비정 잔인 파렴치 갖은 파격적이고 비인간적인 사실을 드러내놓고 있다. 어떤 사건을 전후의 연관성 없이 그 한 단면만을 떼어 직설적으로 젯기함으로써 그 단면만은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차라리 진실을 왜곡했을 장면조차 없지 않는 것 같다. 가령 어떤 성지의 순례 장면 같은 것은 교우들이 맨무릎으로 걸어감으로써 피를 흘리는데 이건 그들이 지닌 신앙의 뜻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이 그 장면만으로는 그대로 광신이요 자학적인 행위에 불과하다. ▲사람이 악한 것으로 치면 자신이 살기위해서 혹은 그밖의 어떤 계기로 살인도 한다. 그런데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前衛音樂을 한답시고 신사들을(?) 작은키로부터 큰키로 차례로 음계식으로 일열로 세워놓고 피아노가 「항가리랍소디」를 연주하자 그 멜로디에 따라 열광적으로 사람의 뺨을 치니데 코피가 터지고 나중에 이 「인간악기」들은 참다못해 눈물을 줄줄 흘린다. 이것을 예술이랍시고 무아경으로 연주(?)하는 인간과 「앙콜」을 보내는 신사숙녀고나객. 이건 차라리 살인보다 더 비인간적이요 추악하다. 어떤 심약한 숙녀가 이 영화를 끝내 다 구경을 하고 집에 가서 몸살을 했다니 이건 잠재적인 인간 「몬도가네」의 일면이 아닐까. 아니 이 더위속에 이 불쾌한 이야기를 들춰낸 필자의 「몬도가네」 취미는 어떻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