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信者 運動이 우리나라에서 시작한지는 이미 오래인 것이다. 한국 교회가 평신자들의 힘으로 시작되었었고 또 그 후 평신자들의 조직체인 明道會등의 활동은 오늘날 우리 모두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바이다. 더욱 근래에 와서 활발해지는 학생 운동과 과감한 행동으로 명실공히 한국 노동 사회의 빛이 될 가톨릭 노동청년회가 그 창립 10주년을 맞이하고 그 밖의 많은 운동단체와 레지오·마리에는 각각 성실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특히 근년에 이르러 지성인단체 전국 연합회, 여성단체협의회 등 전국적인 규모의 연합회 결성을 보았고 이번 주교회의는 드디어 평신자운동의 전국 조직에 관한 문제를 상정하여 이제 한국의 가톨릭 운동도 본격적인 단계에 들어선 느낌을 가진다. 여기에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기쁨을 가지는 것이나 이 기쁨이 거짓이 되지 않도록 또한 發展을 위한 反省에 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우선 우리는 「가톨릭 악숀」이 무엇인가를 더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신자간의 친목과 자기성화와 남을 돕는 자선활동과 이웃을 교회로 이끄는 전교활동을 적절히 하기 위해서 뜻있는 신자를 모아 단체적으로 활동하는 것인 줄 안다. 이런 활동은 모든 신자가 하여야하는 것이요, 또 교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모든 신자는 이런 활동을 하기 마련인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많은 신자가 움직이지 아니하기 때문에 좀 더 열심한 신자는 자기의 사도적 사명을 느끼고 냉담한 형제를 찾아가고 불쌍한 이웃을 그리스도적인 박애로 동정하고 교회의 일을 돕기 위해, 예를들면 성체거동을 준비하고 성당안팎의 미화작업에 솔선나서는 등의 일을하며 모여서 형제애로 친목하고 각자의 성화와 나아가서 나와 남의 구령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의 테두리 안에서 이 세상을 가장 착하게 살고 결국 죽어서 내가 천당가기위해 교회와 남에게 봉사하며 공로를 세우는 줄 안다.
이 세상은 지나가는 것, 물질적인 것, 유한한 것. 또 찬류의 이 세상은 천당에로 가기위해 거칠 수밖에 없는 곳으로 그 자체는 아무뜻이 없는 것이며 만약 뜻이 있다면 世俗이라는 것, 속되다는 것 밖에 없는 것이다. 俗된것은 거룩함에 반대되는 것으로 죄악시 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이 속된 세상을 부정하면서 이 세속을 성화하려고 하는 것이 결국 가톨릭 악숀인줄 안다.
만약 이와 같은 것을 가톨릭 악숀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여기서 가톨릭 악숀을 이루고 있는 이념의 그 근본 바탕의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할 것이다. 예수그리스도는 세상에 보내져왔고 세속은 예수그리스도로 인해 성화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다 우리의 것이요, 우리는 그리스도의 것(꼬린토전서 3장 23절)이라면 우리에게는 無條件 천시되어야할 세속이 따로 없고 초자연은 자연을 완성할 뿐이라는 진리가 우리에게 항상 남아 있을 것이다.
평신자의 고유한 소명은 현세적 것에 종사하며 그것을 하느님을 따라 질서지어 줌으로써 하느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것이다.(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31) 평신자들은 세속 안에 살고 있다. 즉 그들의 모든 얼과 생활 조건은 세속적인 것으로 짜여져 있는 것이다. 세속적인 것이라는 이유로 등한시하거나 경시하는 경향을 가진다면 평신자의 고유한 소명을 망각하는 것이며 그러한 정신적인 자세에서 출발하여 세속의 성화를 목적하는 건전한 가톨릭 악숀을 이루기는 어려운 것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종말에 완성될 하느님의 나라를 믿고 바라고 사랑하는 것이 신자의 생활이나 그렇다고 하느님자신에 의해 이미 이 지상에 시작되었고 그 완성을 향해 확창되어가고 있는 하느님의 나라(교의헌장 9)를 모든 신자는 정시해야할 것이다.
특히 모든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신자들은 이 세상에 이미 시작한 하느님의 나라를 위하여 자기의 고유한 소명 즉 세속에서 세속을 위해서 일하며 그 세속을 완성하여 하느님의 질서에 따르도록 하느님께 바쳐야 하는 것임을 깊이 인식해야할 것이다. 세속은 이렇게 하여 구원을 받을 것이며 하느님의 나라가 임할 것이며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스도는 세속의 구원을 위해서 세상에 왔고 구원을 위해서 교회를 세웠고 구원된 천주의 백성은 또한 세상의 구원을 위해서 있는 것이다. 천주의 백성은 그리스도의 사도직에 참여하고 교회의 사면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세상의 성화를 목적하는 가톨릭 악숀은 교회의 사명을 이행하는 것이요, 신자의 본분을 다하는 것이다. 결코 가톨릭 악숀이 교회의 하나의 부수적인 혹은 보조적인 운동체가 아니라 생활한 교회의 그 사명을 다하기 위한 본질적인 움직임의 면모인 것이다.
가톨릭 악숀에 참여하는 모든 신자는 스스로 이 막중한 사명을 느껴야 한다. 一時的인 기분 보다는 원대한 역사를 위해 일할 것이며 눈앞에 나타나는 나의 영광보다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며 일해야 한다. 제의방 언저리에서 알랑거리며 세상사는 吾不關也라는 폐쇄적인 태도에서 튀어나와 세상이 근본적으로 개혁되고 구원되도록 각자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 교회의 성직자 지도자는 특별한 관심으로 평신자를 교육해야할 것이며 각 단체는 이처럼 생활한 신앙의 소유자로 교육 된 회원의 확보와 질적인 양성없이 上部구조인 연합회만 조직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할 것이다. 평신사도직운동의 전국 기구 조직도 상기한 것들을 위해 비로소 의의가 있으며 준비·조직·운영되어야할 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