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대생이 자주 성사를 보았다. 친구들 사이에 교만하지나 않았나 하는 죄의식 때문에 성사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자주 성사를 보았으나 마음의 안정과 평화가 없었다. 하루는 할 수 없이 어떤 선배학생이 인도하는대로 정신과 의사를 찾았다.
정신과의사가 그 여대생을 접견해 보니 그다지 교만한 말이나 행동을 저질렀을 학생같지도 않았고 실제로 죄가 되었을만한 일도 결국은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 학생은 자기도 모르는데서 생기는 「죄악감」 때문에 고민하는 「노이로제」 환자였다.
죄악감의 발생기전에 관해 또한 그 발생의 근원처인 무의식계의 심층심리에 대해 모두 통찰이 가능하게 되자 그 학생의 마음은 가벼워졌다.
성사는 의식하는 죄의 성찰이 있어야 받을 수 있다. 무의식(또는 잼재의식)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죄악감은 먼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물론 성사를 주시는 신부님들께서 동시에 치료자의 역할을 다하실 수만 있다면 이상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성사와 치료는 차원이 전혀 다른 「디멘숀」 속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것을 바라는 것은 무리한 일일 수도 있다. 자기의 마음이 문제는 자기의 몸의 문제나 매한가지로 먼저 자기가 주의하고 다스려야 되지 않겠는가 한다. 정히 어려운 문제면 회사를 찾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깨끗한 몸, 깨끗한 마음을 회복한 후에 즉 완전한 심신양면의 건강을 가지고 죄를 성찰하고 천주님과 대화하는 중에 성사를 보아야 할 것이다. 성사를 먼저 보다가 뜻한데로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는다고 해서 그때서야 성당을 등져가며 정신과의사를 찾을 것이 아니다. 성사는 천주님께 무릎을 꿇는 것이요 천주님께 그의 사랑을 원하는 걱이요 천주님께 사랑을 자기를 바쳐서 드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기가 할 일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자기를 위해서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되어서야 안되겠다.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되어서야 안되겠다. 교회에 와서 열심히 성사를 보고 열심히 매일같이 영성체까지도 하는 사람들 가운데 혹시나 프로이드가 종교를 비판해서 말한 소위 강박신경증인자들이 많이 있지나 않을가 나는 걱정한다. 성당은 「노이로제」의 치료시설이 아니다. 그것은 미신자들의 미신의 예물을 바치는 장소가 아닌 거와 꼭같다.
兪碩鎭(서울 베드루精神科院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