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물론이요 땅위의 온 국민들의 관심과 동정 속에 그의 생활을 애타게 기다리는 九峰광산 지하 125「미터」에 매몰된 김씨의 구출작업이 예상을 뒤엎고 자꾸만 지연되고 있다. 어제는 목표지점 2, 3「미터」를 앞두고 6「톤」-10「톤」짜리 암반이 버티고 있어 또 우회작업을 않을 수 없다니 참으로 자연의 無意識과 인간의 무능력을 세삼 절감할 지경이다. ▲이 사고가 나자 그동안 각계각층으로부터 수많은 온정이 답지한다는 소식이다. 위로는 청와대로부터 아래론 국민학교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단체 개인 미군 할 것 없이 격려의 전문 편지 위문금품이 쇄도한다는 소식이다. ▲광산 당국은 이 구조작업으로 채광을 중단함으로 하루80여만원의 손해를 보고 있고 이 구출작업 소요비만도 2일 현재 25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허나 지하에 파묻힌 한 광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이 많은 비용과 노력이 지나친 낭비료 헛된 수고라고 할 자가 누가 있을까? 사람은 이왕 죽을 것 하루에도 수다한 사람이 불의에 사고로 죽고 전쟁은 인간의 생명을 그야말로 도매금으로 쓸어넘기고도 속수무책, 지나가버리면 거의 무감각해지는 판에 매몰된 광부의 생명 하나쯤 그런 식으로 단념되도 좋다고 누가 감히 생각할까? ▲실상 땅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태워가면서 그를 구출하려 갖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근 보름간 갱속에서 옷을 씹고 종이와 나무토막까지 씹었다는 그의 굶주림과 죽음에 대한 절박감을 직접 겪지 않고는 아무도 체득 못하며 절대로 실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인간은 이처럼 피차가 단절된 고독한 존재이기에 오히려 사랑의 투쟁을 벌려 단절을 허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또한 이러한 고통은 인간 共通의 課題이기에 이를 함께 타개하려 할 때 그들은 비로소 더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땅속에 묻힌 인간의 절규를 들었을 때 어떤 서양작가처럼 어떤이는 『보라! 神은 인간 참사 앞에 침묵하지 않는가』고 부르짖을지 모른다. 반면 김씨는 땅속에서 교회에 人間하고 싶다 했다 한다. 인간을 진정 사랑한 나머지 神의 침묵을 규탄했다면 그 규탄조차 아주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죽음에 직면한 순수한 상태에서 神을 의식하는 인간 고통은 더욱 무의미하지 않다. ▲만약, 만약에 김씨가 끝내 땅속에서 구출되지 못한다 해도 15일간의 그의 불굴의 의지력과 위대한 생명의 사투 그리고 모든 이들의 생명에 대한 존중심과 허다히 핀인간애는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믿어도 좋지 않겠는가. 그러나 김씨는 틀림없이 살아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