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복음이 한번 공포된 후부터는 인류의 운명은 이를 잘 받아들이느냐 않느냐에 좌우되는 것이다.
이 복음을 전파하는 사명은 주로 사제들이 지니고 있는 것이며 이들은 직접 주교들의 관리·지도와 위로는 교황의 최고 영도하에 이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성직자들의 부족과 사목적 의의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제문제로 말미아마 평신자들의 많은 협조를 필요로 하게 되었고 제2차 「바티깐」 공의회에서는 평신자들의 사도직에 대한 사명감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성직자들의 지도없이 원만하게 이룩할 수 없을 뿐만아니라 사제들의 사명을 완전히 대행할 수도 없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인류구원의 운명은 더욱 많고 훌륭한 사제들이 확보되고 이를 위하여 보다 더 착실한 사제양성기구가 마련되는데 있다. 따라서 교회는 복음을 교황과 주교들의 현명한 지도에 순응하여 움직이는 사제들을 통하여 하느님의 백성들에게 전달케 마련이다.
여기서 성소문제의 고귀성과 중대성이 나타나는 동시에 우리는 다같이 가정, 본당, 학교, 실사회에서 총동원하여 각자가 성소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하고, 사제양성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제는 그 근본사명으로 보아서 거룩한 것을 준다는 뜻이다. 그래서 「라띤」말로 「사체르도스」라고 하며 그 어원적 표현은 거룩한 것을 주는 자인 것이다. 따라서 제사를 지내는 것이 본사명이다. 이 제사는 적극적인 찬미의 제사와 소극적인 속죄의 제사로 구분 될 수 있다.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고 인간의 속죄를 위한 화해의 제사를 지낸다. 사제직 존재의 이유는 그 근원을 찾아볼때 하느님의 창조사업을 어겨 「에덴」동산에서 원조가 교만한 정신에 입각한 불순의 죄를 범함으로써 구세주가 약속되고, 이 화해의 속죄때문에 천주성자께서 강생하시어 구속사업을 이룩하시고 십자가상 제사로써 영원한 멸망속에 있는 인간을 하느님의 백성과 의자로 들어 높이신 것을 재현, 계속추도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성 아구스띠노께서 원죄를 『오 복된 탓이여』하고 노래할 수 있었고, 위에 말한 소극적인 속죄의 제사보다 한걸음 나아가 적극적인 찬미의 제사의 뜻이, 더욱 뚜렷이 나타났다. 사제들은 바로 영원하신 대사제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제는 먼저 천주의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며 동시에 누구보다도 인간적이어야 할 것이다.
사제는 자기가 원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아아론과 같이 하느님의 소명에 의해서 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제의 사명은 하느님의 뜻을 따라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봉사하는 것이 그 기본 사명이다.
이러한 고귀한 사제직에 대한인 인식이 현대에 와서 박약해져가는 경향이 짙다. 그 이유를 찾아본다면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고 본다. 첫째 그리스도 시대를 직접 이어받은 초세기를 지나 천주-중심주의에 치중한 중세기를 거쳐 그 자연적 반발 경향에서 오는 인간 중심주의로 흘러나온 현대 사조가 그 큰 원인이 될 수 있겠으나 이미 시대는 벌써 그리스도 중심주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과정이다. 둘째로 과학만능주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오늘의 원자시대는 정신적 여유를 박탈당하여 많은 사람들의 지나친 활동에 사로잡혀 있다. 따라서 나그네 인간의 동반자인 사제들도 불행히 그 영향을 같이 받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하여 제2차 「바티깐」 공의회에서는 성직자 양성에 대한 교령을 반포하고 이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이 교령에서 제시해준 원칙과 방향대로 우리나라 실정에 적응하는 쇄신의 길을 모색코저 지난 5월하순 한국 주교회의에서는 「사제양성 위원회」에 대한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종전까지 「신학생양성문제」에만 국한했던 이 위원회를 「사제교육」을 함께 다루도록 개편하고, 신학생 양성문제에 대해서는 우선 양 대신학교 학장과 또 한명씩의 교수를 위원회에 참석시켜 협의토록하고 사제교육을 위해서는 먼저 교구별 수도회 및 전교회별로 의견을 종합한 후 각 교구대표신부 일명씩과 수도회 및 전교회 장상협의회에서 4·5명의 신부들을 위원회에 참석시켜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모색한 후 「사목센타」를 설립한다고 결정 공포한 것은 당연지사라 할 것이다.
그러나 『늦은 것이 아주 않는 것 보다 낫다』는 격언대로 이 훌륭한 사제양성위원회가 구체적으로 그 본 사명을 다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다음 몇 가지 점을 특별히 고려해야 할 줄 안다.
①신학생 양성을 위하여
㉠사제는 우선 계시된 진리 특히 성경연구가 생활화 되도록 할 것.
㉡그리스도 중심주의적인 신심을 강화하는데 있어 특히 정통적 가톨릭 순명정신과 자아봉헌을 통한 관대심 개인에 대한 애착심을 떠난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신심생활.
㉢동 시대의 사조를 이해 판단할 수 있는 자질양성.
㉣선으로써 악을 극복하는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학풍을 조성하며 가하기는 하나 유익하지 않은 것까지도 기쁘게 끊을 수 있는 용력 배양.
㉤권위의식을 지양하고 매사에 진취적 의욕을 갖게끔 고무시켜 줄 것.
②사제교육에 대해서
㉠그리스도의 사랑만이 참된 진리의 길로 이끌고 사제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을 생활신조로 삼고 적극 실천할 것에 옮기게끔 할 것.
㉡인간적 슬기와 성신적 슬기를 반성과 기도로써 식별할 수 있는 력을 배양할 것.
㉢사제들에게 연학을 위한 시간적 여유와 환경을 마련해줄 것.
아뭏든 신학생양성이나 사제교육을 막론하고 한결같이 그리스도 의식에 잠겨 마치 그리스도께서 하심같이 모든 것을 할 것이며 『그리스도 홀로』 행동하시게끔 모든 성직자는 「그리스도의 나」(EGO CHRISTI)가 되어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신과 더불어 전능하신 천주성부께서 온갖 영광과 영예가 있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