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도 지냈고 이제 오는 24일 추분을 고비로 밤이 점점 더 길어지게 될 것이다. 장장 추야란 말도 있다. 가을 밤이 길기 때문에 등화가친의 계절이 되는 것이다. 삼십육칠도 선을 줄곧 유지해 오던 이곳 지난 여름철을 생각하면 지긋지긋하다. 분명히 우리나라 여름은 일하는 계절이 못된다. 일해도 능률이 올라가지 않는다. 체력의 소모도 심하다. 더운 나라처럼 차라리 낮에는 「시에스따」(낮잠)를 하고 관청을 비롯하여 모든 이가 저녁부터 집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바깡스」를 즐겼다. 인생은 그렇게 설칠 필요가 없다. 마음의 여유를 되찾음으로써 침착성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심신이 모두 건전할 때 비로소 대인관계가 잘 되고 자아를 새로 발견할 수 있다. 대신(對神)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또 모든 힘이 회복되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 「리크리에이션」은 재창조란 어원(語源)에서 나온 휴양 · 오락 · 보양 등의 뜻이 아닐까 자기 자신의 모든 능력을 자아의 뿌리부터 재건한다는 뜻이 아닐까? ▲「완다포겔」이란 말은 철새를 뜻한다. 강남 갔다 돌아온 철새 제비처럼 우리는 이제 「바깡스」에서 돌아왔다. 몸의 건강을 회복했고 정신위생에 대한 할일을 했다. 도시의 긴장된 생각을 잊어버리고 소박하고 순박한 마음에 끌리게 되었다. 육체를 움직임으로써 병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걱정했던 것도 잊어버리고 이제 자기 직장으로 모두 돌아왔다. 개학때 산발적인 「데모」가 좀 있기는 했으나 학생들도 「캠프스」로 돌아가서 이젠 등화가친의 계절을 맞이하여 여름에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계안은 여전히 한증을 앓고 있다. 여기는 언제까지 더운 여름을 계속할 것인가 듣기만 해도 불쾌하기 짝이 없는 「불쾌지수」는 아직도 상승만 하고 있는가? 가을이 온 것이 다 등화가친의 계절이 온 것이다. 대인관계가 누그러질 때가 왔다. 여야는 새로 자아를 발견하라. 이제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시기가 지나간 것이다. 그리하여 이 장장추야에 야간국회를 여는 한이 있더라도 여야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산적된 국사를 논의하라. 그렇지 않으면 긴 동면(冬眠)이 올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