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이 닷새 남았는데 어쩐지 금년더위는 예년에 비해 성화를 덜 댄다. 더구나 가뭄때문에 기갈이들 지경인데도 더위는 그만하면 견딜만도하니 이것 또한 무슨 이변인 것만 같다. 팔방이 산으로 꽉 둘러싸인 盆地인 T市의 한여름 더위는 보통 열병치르는 것만큼 비장한 각오가 필요한 것이었다. 이런 T市도 요즘 도시개혁과 도시미화가 한창이다. ▲中心街엔 작년 가을부터 人道변에 철책을 세우고 장미를 키우고 있다 아침 출근시간에 흔히 시청인부들이 손수레에 물통을 싣고 다니며 분무기로 물을 주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무잎 빛이 탈수 없이 부옇게 먼지 앉은 장미나무는 사람손을 타서인지 항상 봉우리 몇개가 달려있을뿐 탐스러 운 꽃한송이 좀체 눈에 띠지 않는다. 그런대로 일꾼들은 일일이 물을 주며 손으로 잎의 먼지를 씻어내기까지 한다. ▲「러시아워」로 인파가 밀리기전, 도시의 조금 이른 아침, 인부들이 水車를 끌고 거리의 장미꽃에 물을 주는 풍경은 한가닥 도심의 낭만을 느끼게 한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 장미도로에 연한 집집마다 상점앞에 혹은 여염집 앞에 그집 주부이든 혹은 家長도 좋고 혹은 오빠 언니, 어린이들 중 누구라도 나와서 자기 집 앞의 장미는 그들 자신이 물주고 손질하는 모습을 본다면 그 도시의 풍경은 얼마나 더 즐겁고 평화한 것일까? ▲얼마전 이 장미길에다 「장미에 손을 대지 맙시다」하는 木札이 꽂혀 있었다. 며칠전 木札엔 이렇게 씌여 있었다. 「정열의 장미, 근면한 시민」. 아마 좀 생각있는 장미관리자가 문화도시민의 체면을 존중해서 장미를 꺾지말라는 노골적인 충고를 해서 보다 정서적인(?) 문구를 쓴 것 같다. ▲흔히 어느 셋집이든 셋집엔 화단이 신통찮다. 본래 훌륭했던 화단도 세든 이들이 방치해둠으로써 그 화단은 곧 쑥대밭이 되기가 일쑤다. 우리집도 아닌데 또 있어봐야 한1년 있다가 떠나갈 걸 이런 심사일까. 얼마나 볼품없는 뜨네기 마음씬가.
깊은 산중 아무도 보는 이 없어도 꽃은 마음껏 아름답게 핀다. 하물며 보아주는 이 있는 꽃의 아름다움이랴! 또한 그 아름다움은 나혼자 아닌 남과 같이 봄으로써 더욱 즐겁고 뜻있는 것이다. 명확한 문구를 잊었는데 『내일 지구가 돌지 않는다해도 나는 오늘 한그루 사과나무를 심으리』 스피노자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