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말이 없는 상준이는 얼핏보면 계집아이 같이 얌전하고 수줍기만 하는 평범한 아이로 보였읍니다.
허지만 아무도 상준이의 무진장한 능력을 측량할 만한 사람은 없었읍니다. 왜냐하면 상준이의 겸손은 다른 사람이나 이웃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모범이 될 만했기 때문이었읍니다.
중학교 3학년인 상준이는 성당에서 운영하는 「바오로」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곳의 박 교장은 구라파의 사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박식한 사람이었읍니다. 그런데 어느날 전세계의 성당을 맡아서 다스리시는 임금님인 교황을 초대하기로 한 날이었읍니다.
상준이의 어머니는 성당 안에서도 매우 중요한 자리를 맡아서 일해 나가는 열심한 사람이었읍니다. 옛날에는 사람들의 영혼문제만을 중요시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상준이가 공부를 하고 있을 무렵 성당에서의 경제사정은 매우 좋았읍니다.
그래서 남편없이 상준이와 딸 상옥이를 데리고 살아가는 상준어머니의 살림살이는 풍족하였읍니다. 상옥이는 역시 오빠와 같이 성당에서 맡아서 운영하는 「마리아」학교 4학년이었읍니다.
특별강복을 받으려고 사람들은 옷을 새로 해입는다 선물을 준비한다 야단이었읍니다. 상준이의 어머니 일생에 가장 기쁜날이었습니다.
상준이 어머니는 우선 아이들에게 새옷 한벌씩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날 환영식을 나라 안에서 제일 큰 「산제리아」광장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상준이 어머니는 이날 환영식의 모든 사회를 맡아서 하기로 했읍니다. 또한 축사도 하기로 되어있었읍니다.
상준이 어머니는 가끔 신비스러운 일을 하기 때문에 성당 안에서는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읍니다. 물론 이날의 환영식 담당을 전적으로 했던 것만은 사실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상준이 어머니는 밤이 깊도록 환영식에서 할 축문을 열심히 연습하기도 했읍니다. 준이와 상옥이도 아침부터 서둘렀습니다.
항상 사진에서만 보아오던 교황님을 직접 뵙게 된다고 생각했을 때 말할 수 없이 가슴이 설레였읍니다.
그런데 상준어머니는 갑자기 현기증을 일으키어 도저히 화려한 식장에 참석할 기력이 없게 되었읍니다.
식장에서는 야단들이었읍니다. 상준어머니를 대신할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때입니다. 「바오로」학교의 박 교장은 한참동안 안타까운 식장광경을 바라보다가 결심한바 있는 듯이 상준이 옆으로 서서히 다가왔읍니다.
『상준아 네가 어머니를 대신해서 해 보아라』
사실 상준어머니를 대신할 만한 사람은 식구들밖에는 아무도 없었읍니다. 상준이는 한참동안 망서리다가 힘차게 걸어 나갔읍니다. 그리하여 밤에 어머니가 대강 이야기하시는 것을 들은바 있었던지라 그대로 또한 직감적으로 떠오르는 대로 해내었읍니다.
한두사람 앞에서 수줍어하기만 하던 상준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박 교장은 은근히 걱정이 안 될 수 없었읍니다. 허지만 역사적인 순간, 그리고 「산세리아」 광장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가져보는 성대한 환영식을 그대로 무효로 돌리거나 또한 연기하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박 교장의 마음을 강하게 움직여 왔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것입니다. 상준이는 침착하게 그리고 또한 차근차근히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무난히 환영식을 마칠 수 있었읍니다. 식이 끝나자 사람들이 교황님의 옆으로 한사람 두사람 다가왔읍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자기 대로의 취미에 따라서 준비해 온 선물이 잠시 동안 산떼미 같이 쌓였읍니다. 엄숙한 표정이면서도 인자하게만 보이는 교황님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피어 올랐읍니다.
사람들도 모두가 교황님을 따라서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들 했읍니다.
하늘나라에서도 이날의 축하식을 축복하는 듯이 아침에 잔뜩 흐렸던 날씨가 차츰 맑게 개이기 시작해서 사람들의 기쁜 마음을 더욱 부드럽게 해주었읍니다.
교황님은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하늘을 우러러보며 감사기구를 바칠 것을 권했읍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하늘을 우러러보며 십자 성호를 크게 그었읍니다. 하늘나라의 축복이 맘껏 내리고 있는 것 같이 생각되는 날이기도 했읍니다. 이제 모든 것이 성공리에 끝났을 때 상준이의 울렁거리는 마음도 안정되어 왔읍니다.
글…주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