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放學 敎室
방학이 왔다. 학생들과 함께 기뻐한다. 학교의 수업이 없고 산으로 바다로 뛰어다닐 수 있는 放學을 해서가 아니라 敎室을 넘지 못하던 學業이 學校담밖으로 나올 수 있고 기술 습득에 골몰하던 학생이 인간 함양에 전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때문이다.
어느 나라나 또 어느 때나 사람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 외에 남과 함께 살면서 스스로 체득하는 것이 많고 또 중요한 것이지만, 특히 오늘날의 우리나라는 아직도 학교를 인간 완성을 위한 교육보다 기술 전달을 위한 강습소에 가까운 것으로 아는 것 같은 경향이 없지 않아 더욱 학원 밖의 교육의 중요성은 현저한 것이다.
가정교육과 사회교육이 충분치 못하며 종교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도의교육 정서교육 등이 다른 학과공부 때문에 또 여유없는 학교 운영 때문에 평상 수업시에 본래의 비중을 다 찾지 못하고 있기에 방학이야말로 이것을 보충하기 위한 실로 소중한 시간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독일 불란서의 신학교에서 방학 동안에 人間敎育을 위하여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탄광이 많은 北獨의 한 교구에서는 교구장은 그 교구 신학교 상급반학생들에게 방학동안 탄광에서 일을 하라고 권한다. 물론 목자가 양을 알아야한다는 이치에서 당연하다고 쉽게 수궁할 것이다. 그렇다면 신학생이 아닌 다른 학생에게는 이런 일이전연 불필요하다고 할 것인가.
어린학생 같으면 산이나 들에서 즐겁게 놀면서 자연과 친할 수도 있고 또 동무들과 어울려 우정의 세계에 첫발을 던질 수도 있고 큰 집이나 외가집에 가서 일가친척을 알고 같이 지내면서 다른 동리와 다른 가정을 볼 수도 있고 아니면 종일 집에 있으면서 자기집을 더 잘 알고 부모님의 애정과 가르침을 더 많이 받으며 영육의 건강을 조정하는 것으로 방학의 할일을 했다고 할 수 있겠으나 성장한 학생에게는 방학은 또 다른 일을 갖다 주는 것이다. 즉 교육받은 나를 성찰하고 무엇을 위한 교육을 또 받아야 하는가를 반성하는 것이 방학의 할 일이요. 그것을 위해서 구체적으로 나는 나의 거울인 내 주위의 사람들 앞에서야 한다. 다시말하면 내 주위의 사회를 내가 알아야하고 나와 사회와의 상관을 확실히 알아야 하는 것이다.
■ 奉仕活動
봉사활동은 이런 의미에서 높이 평가될 것이다. 남과 접촉하는 기회를 가지고 남을 알며, 사회를 알게 되고 길러온 내 실력을 실천해보며 다시 나를 알게 되는 것은 물론, 나의 봉사를 필요로 하는 이 사회의 나약한 일면을 알므로써 또 다시 내가 사는 사회와 그 가운데 사는 나를 알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 나를 바치는 숭고한 정신을 봉사활동을 통해 체득하고 남과 같이 사는 사람, 남을 사랑하고 사는 사람이 되고 사람을 아는 사람 완전한 인격인이 되어가는 것이다.
봉사활동이 인간교육을 위해 얼마나 적절한 것인가를 우리는 알거니와 참된 인간교육은 성실한 봉사활동에서만 있을 수 있음을 우리는 또한 명백히 알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많은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가톨릭학생봉사대도 곳곳에서 활동할 것을 알때 실로 장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편 우리의 봉사대들이 건전한 봉사를 위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는지 저으기 마음에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봉사하러가는 사람이 가질 정신적인 자세에 이상은 없는가?
건전한 봉사는 조건없는 봉사다.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나 교회의 명예를 위해서 봉사하는 것도 아니며 다만 봉사는 봉사가 필요한 곳에 봉사를 하는 것 뿐이다. 하지 않아도 무방한 일을 교회의 정신으로 하는 것이며 교회의 정신이 그러하기에 교인의 사명으로 행하는 것이다. 교회사명을 위해 있는 가톨릭학생회이기 때문에 그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 하는 봉사인 것이다. 이렇게 그리스도의 정신이 살아있을 때 전교가 되고 명예가 높아지는 것이요, 그러한 것은 다 덤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아무도 자기가 가지지 아니한 것을 남에게 줄 수는 없다. 자기가 가진 것을 줄뿐이다. 없는 기술을 과장하여 남에게 해를 끼치는 예는 봉사가 아니라 파괴인 것이다. 내 힘에 벗어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학업 도상에 있는 학생은 자기가 가진 것을 주는데에 정직해야 할 것이다. 또 가진 것을 줄 뿐만 아니라 항상 더 가질려고 노력하는 것은 학생 신분이 보증하는 권리인 것이다. 학생은 각자가 습득한 전문지식으로 봉사할 것이며 봉사로 인해 그 부분의 더 깊은 연구가 이루어지게 됨을 알아야 할 것이다. 위의 가진 것을 준다는 말은 자기가 가진 체험·지력·정신력을 말하는 것이며 봉사는 원조나 자선사업과는 다른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봉사는 내 인간을 바쳐야 하고 같은 삶을 나누어야하며, 그래서 사랑가운데 교류되는 인간은 서로 더 진정한 인생을 살 수 있는 인간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이 없는 봉사는 「밀가루 원조」와 같은 것이며 적어도 봉사하는 젊은 학생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 우리에게
우리에게 放學은 확실히 기쁜 것이다. 보다 풍부한 가치를 찾게 하는 때인 것이다. 소극적인 휴식의 방학이 아니라 적극적인 인간생활을 위한 방학인 것이다. 그래서 기쁜 때인 것이다. 기쁜 때가 진정 기쁜 때일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다 각자 지켜야할 질서를 어기지 않아야 할 것이며 결국 하느님과 함께 사랑가운데 살아야 할 것이다. 학생은 물론 부모들과 사회 지도자 또 일반 시민 전원은 방학과 동시에 더 한층 밀도가 짙어지는 人間教育을 開學해야 하고 모든 사람은 그것을 위해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지켜야 할 것이다. 방학은 우리 모두가 다 스승이요, 제자가 되는 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