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죄송합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약속장소에 멋적게 들어서면서 지각을 변명하는, 흔히 듣는 말이다. 都心地 좁다란 길을 홍수처럼 밀리는 車들의 「럿쉬」가 만드는 어쩔 수없는 변명이기에 몇십분 동안을 우두커니 앉아서 기다리던 사람도 그 변명을 그런대로 수긍하고 이해하기 마련이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을 때, 현기증나게 밀어닥치는 택시의 대열도 소용없이 웬만한 용기가 없고선 탈 엄두도 낼 수가 없으니 자기대로의 輸送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자칫하면 이런 실례를 범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토록 복잡하고 소란스런 기계더미 속에 묻혀서 살아가는 現代人이라도 生活에 時間的 여유를 갖는 것이 이미 익숙해졌다면 이렇게 비굴하게 미안스러운 표정을 짓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와르르 무너질 것만 같이 성냥갑처럼 차곡차곡 쌓여진 높은 빌딩하며 거미줄처럼 얽혀서 끊어질 듯한 길위를 느리게 기어가는 이 쇳덩어리들에게서 그 옛날의 한가스러움과 고요스러움을 찾는 「노스탈쟈」 보다는 오히려 억세게 버티고 서서 이 文明의 魔物들을 지배하는 그 용기가 우리 現代人들에게 필요한 生活태도가 아닐까? 시끄럽고 소란스런 군중 속에서도 자기대로의 적막과 고독은 存在하는 것이다. 이렇게 時間의 노예가 되지 않고, 그 主人이되는 자유의 특권을 神은 우리 人間에게 男女老少의 구별없이 그의 공의하신 섭리로써 平等하게 내려주신 것이다.
우리는 겨우 일주일에 한번 참예하는 미사에도 이런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을 번번히 본다.
천주께서 친히 초대하시고 부르신 그 영광스러운 장소에 조금도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표정도 없이 덤덤하게 들어서는 것이다.
초대받은 우리로서는 아무런 권리도 어떤 공로도 없이 공짜로 받은 그 초대에 그분의 순수한 호의와 관용과 인자를 엄청나게 무시하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 풍성하고 아담한 초대에 우리는 좀 더 단정하게 외출복을 떨쳐입고 마음껏 베풀고 싶어 하시는 그 주인에게 아무 거리낌 없이 원하는 무엇이든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거듭되는 이 구원적인 토대를 좀 더 성의있고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李秀子(KBS-TV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