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 중의 하나는 「가을하늘」이라고 했다.
비단 가을하늘 뿐만은 아니다. 四季의 節氣區分이 분명한 우리나라의 氣候는 봄·여름·가을·겨울 할 것 없이 순조로움과 鮮明함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순조롭고 선명한 詩情의 기후 속에 사는 우리지만 그 아름답고 鮮明한 계절이나 天候를 잘못 管理하고 다스리지 못함으로써 왕왕 不幸을 가져오는 일이 많다.
특히 장마와 旱발에 대해 대책이나 관리가 그런 것 같다.
어릴적의 나는 지금처럼 雨期에 접어드는 계절이면 흔히 詩情에 잠겨있는 일이 많았다. 비를 「테마」로 한 詩도 곧잘 써내곤 했다. 녹음이 우거진 숲길 혹은 빗물에 씻긴 아름다운 일당의 窓들이 울창한 都市의 거리를 걸어가노라면 바깔피부뿐만 아니라 마음속 깊숙한 內壁의 그것까지 맑끔히 씻겨져 맑아지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것이 요즘의 장마철은 그 槪念이 조금 달라져 있는 것 같다. 날마다 市外뻐스로 출퇴근을 하는 나는 왕래하는 길가의 田畓들이 비나 水分으로 인해서 變質되는 모습을 날마다 목격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논바닥들은 旱魃로 인해 거북의 등처럼 갈라져 있었고 「乾畓直播」란 표말이 꽂힌 발·논까지도 갈라질 대로 갈라져 먼지들이 투석이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며칠 동안에 갑자기 大地를 촉촉히 적시고 갈증을 면하도록 비가 내렸다. 반가운 비로구나 했더니 이젠 또 벌써 지루한 장마로 변하고 말았다. 뿐이랴 관상대에서는 「豪雨注意報」니 「颱風主義報」를 계속 발표하는가하면 不快指數는 나날이 올라가고만 있다. 『장마被害 4억6천만원 死亡失踪 26명 이재민 1천45명 건물피해·유실 75동 전파 1백25동, 1백91동 소파 78동, 침수 49동』 이것은 또 오늘 아침의 신문보도. 하기야 어릴적 뿐만아니라 요즘의 나에게도 장마나 洪水가 지면 은근한 기대와 즐거움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 마을 근처에는 水利組合의 水路들이 가로 세로 질려있는데 여름철이면 洪水나 장마가 한번 진다음에야 붕어나 영어 등 속의 淡水魚들이 漢江으로부터 물줄기를 타고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日曜日의 내 낚시터를 즐겁게 해주기 때문이다.
글…朴成龍 그림…李馥(詩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