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없이 후덥지근한 어느 여름날 安東의 외진 마을 앞길을 엿장수가 古鐵수레를 끌고 지나간다. 손수레에는 靑·紅·緑의 여러色 고무풍선이 끈에 달려 제마다 춤추듯 엿장수의 눈앞을 採色한다. 마을을 벗어날 무렵인데 저쪽 느티나무 밑에서 어린이들이 엿장수를 노래하듯 부른다. 엿장수는 주머니에서 부숴진 담배꽁초를 집어내어 불을 그어 당긴다. 성냥불이 보이지 않을 만치 날씨는 화창하다. 열살이 될까 말까한 사내 녀석들과 그보다 어린 계집애 서넛이 헐레벌떡 다가서는 수레를 둘러싼다.
수레가장자리만한 키의 그들의 눈에서는 맑은 하늘이 반사되는 듯하다. 큰 놈이 어른 팔뚝만한 포탄 하나를 쳐들며 채색 사탕이 뿌려진 엿판만 내려다본다.
박격 포탄이다. 오늘 벌써 다섯개 채 포탄 손님이다. 엿장수는 여니 때처럼 엿판을 앞으로 밀고 포탄을 받아 넣는다. 오늘은 유달리 지질구레한 양철통 따위가 많아 수레가 만원이다. 그는 비죽이 나온 포탄 엉덩이를 엿가위로 툭툭쳐서 넣는다.
쾅- 일순 일대는 피바다가 됐다. 몇개의 풍선이 하늘높이 솟아올랐다. 살아남은 어린이는 제일키가 작은- 그러니 수레위의 엿판도 구경하지 못한 일곱살배기 계집애 하나뿐이었다.
얼마전 安東에서 엿장수와 어린이 5명이 사상했다는 폭발물사고 기사가 올라왔었다. 그 짧은 기사를 읽으며 나는 위와 같은 처절한 한국적 비극을 연상했던 것이다.
어린이들이 폭발물사고로 다치는 예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시골이 더 많지만 서울서도 한강 같은데서 곧잘 발생한다. 6.25를 그림책에서나 봤을까 말까한 어린이들이 포탄을 주우면 신기할 것이다.
그들은 이상한 날개가 달린 그 흉물을 돌로 때리며 놀다 다치곤 하는 것이다. 이렇듯 6.25는 아직 어린世代에까지 그 피해를 미치고 있다. 그뿐이랴! 오늘도 旌善에서 괴한이 鐵橋에 TNT를 설치했다가 발각이 됐다는 소식이 전해오고 있다.
어떤 鐵道員의 부지런한 감시에 의해 그 사고가 미연에 발견되지 못했더라면 곧 통과할 客車가 큰일을 당했을 것이고 한동안 교통이 두절됐을 것이다. 이런 북괴의 무차별 도발은 휴전선 일대에서뿐 아니라 해안지대에서도 감행되고 있다. 가공할 흉계이다.
南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