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한국에서 손꼽히는 애주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애주가 협회」를 구성하고 하나의 성명서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제 그들 애주가의 변을 들어보자. 『술이란 농담과도 같은 것이다. 본래 농담이란 우리 안에 아예 없을 수도 있다. 그러 나 농담이 없다면 우리의 대화는 윗트가 없어지고 삭막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농담을 해도 불화의 근원이 되겠다. 농담은 적당해야 한다.
이와 같이 술도 아예 우리 안에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술이 없다면 세상 살기에 재미(?)가 없다. 그렇다고 지나친 술은 망함의 근원이 된다. 그러니 술도 적당히 먹어야 한다』고 우리 후배들에게 교훈을 주었다. 이 「적당히」란 말이 정말 힘들다. 나도 이들 애주가 만은 못하나 술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 「적당히」란 말에는 도시 자신이 없다. 또한 「적당히」란 말의 한계점조차 구별지우기가 힘들다. 중국 속담에 「덕재중용」이란 말이 있는 줄로 알고 있다.
인간의 참다운 덕은 지킬줄 아는데 있다는 말일께다. 우리는 일상생활에 있어서 이 어려운 「적당하게」란 말에 소홀해오지 않았나 생각해 보자. 물론 나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우리는 격에 어울리지 않는 사치와 허영을 일삼아왔다.
우선 우리 뇌리 속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외국물건에 대한 허영심부터 뿌리하나 남기지 말고 몽땅 뽑아 멀리 버려야겠다. 외국물건이란 밀수 아니면 엄청나게 비싼 세금을 물고 들여온 것이라 값이 비싸다. 국산품보다 좀 우수하다손 치더라도 쥐꼬리만한 월급으로는 사치와 허영이 아닐 수 없다. 국산품이 가엾어 진다. 동포끼리 천대를 받으니 말이다. 우리 조상은 그런건 알지도 못하고 살아왔다. 언제 우리 조상들이 영국제 모직물로 옷을 해 입었으며, 언제 우리 조상들이 불란서 향수를 사용했던가 말이다. 참새가 황새걸음을 하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잘사나 못사나 분수대로 살자. 우선 자신을 알자. 도를 지킬 줄 앎이 곧 삶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車仁鉉(서울 아현본당 보좌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