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광복절이 지났다. 23회째다.
정부 각 기관에서 기념행사가 베풀어지고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 고위들의 기념사가 예외 없다. 조국근대화니 북괴사슬에 얽매여 있는 동포들을 구출하고 국가 지상과업인 남북통일을 이룩해야 한다고 외친다. 10여년전에는 같은 자리에서 금년 내로 통일성업을 이룩한다고 큰소리로 우리의 귀를 울렸다. 그러던 것이 근년에는 몇년 후에나 또는 70년 후반기에 가서야 통일이 된다고 슬그머 꽁무니를 돌린다.
사탄의 굴레 속에서 23년 동안이나 1천2백만 우리 배달민족이 학수고대하고 제2의 광복일을 눈물로서 기다리고 있다.
그중 우리 교형자매들은 몇10만명이나 하느님을 외면하고 살고 있겠는가.
10여 시간의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가족과 가족끼리도 마음 놓고 대화 못하는 생지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때로는 이불속에서 또 컴컴한 뒷뜰에서 끊기고 끊긴 묵주알을 굴리는 그 모습이 눈에 아롱거린다.
10월 6일은 병인박해 때 순교하신 어버이들의 24위를 복자로 시복하는 날이다.
「로마」에서는 교황님이 시복을 하고 서울과 각지 교구청에서는 시복기념행사를 대규모적으로 거행하리라고 한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복자기념행사는 거국적인 행사로 이루어지는데 우리정부에서는 어떻게 할지 아직 소식이 없다.
우리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목에는 칼을 쓰고 곤장을 맞고 주리를 틀려 살점이 떨어져도 배교(背敎)를 않고 꿋꿋이 하느님의 가르치심을 따라 오늘의 영광을 온누리에 퍼뜨린 것이다. 이러한 때에 우리들의 자세를 가다듬자.
북한에서 억지 배교를 당하고 몸져 신음하는 우리형제들에게 단 한번의 성모송이나 「로사리오」를 바쳤는가 반성해 봄직하다.
24위 시복식도 한달 후에 있고 9월부터는 복자성월이다.
바쁜 시간에 성호경이라도 외우면서 이북신자들을 위해 기구를 해야겠다. 우리의 염원인 남북통일도 하느님의 은총으로 쉽사리 이루워지고 만여명에 가까운 치명자들도 하나도 빠짐없이 복자위에 오르게 되도록- 우리선조들은 성인품위에 오를분이 없겠는가. 후손들인 우리들의 게으름으로 하느님께 바치는 정성이 부족한 탓으로 선조들을 욕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金壽煥(東洋TV 편성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