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을 기하여 세계의 이목은 체코에 쏠려 있고 전 인류의 신경은 이제 「프라하」에 예민하게 집결되어 있다. 그리고 전 세계자유애호 인민들의 마음은 「프라하」 시민들의 마음과 그 호흡을 같이하고 그 애절함을 함께 나누고 있다. 이처럼 한 세계의 분노와 규탄은 한 약소국가가 강대국에 무력침공을 당하여 자유없는 또 하나의 「괴뢰정권」이 생겨나지 않나 하는 정치적 부당성, 혹은 주권침해라는 국제사회에서의 극악무도한 폭력에 의하여, 자유진영으로 돌아올 수 있는 국가의 수가 하나 줄어들지 않나하는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보다 더 멀고 깊은 근본적인 계기를 전 세계인류가 한결같이 예감하며 멀지 않은 장래에 세계의 판국이 많이 변모되리라는 것을 짐작케하는 중대하고 긴장된 요소가 있고 지금이 그 순간이기 때문인 것이다. 체코 사태는 세계가 창조주의 뜻으로 또 일보전진하고 있는 증좌며 따라서 유물론적 공산주의의 조종이 멀리서 가느다랗게나마 울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체코사태는 공산 체제의 가장 헛점을 더 이상 감추지 못하고 그들 스스로가 발작적으로 폭발시켜버린 단말마의 자포자기적인 현상이요, 이것을 전 세계인류 앞에 노정시켜 준데에 금번 사태의 중대한 의의가 있는 것이다.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들은 결국 언젠가는 승리하게 되어있다. 이것은 진리다. 금번 소련의 무력침공이 이시기를 단축시켜준 것이고 「프라하」 시민의 유혈은 자유를 얻는 댓가(代價) 즉 「희생」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희생없는 자유는 있을 수 없다.
우주의 발전과 인간 구제를 위하여 세계는 두가지의 종교를 신앙 해왔다.
유물론적 인간의 힘을 믿고 물질의 힘만을 믿고 과학만능을 믿는 소위 「앞으로의 종교」가 그 하나이다. 공산제국주의자들이 신앙하고 순교하는 종교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비록 공산주의는 아니지마는 이런 종교의 광신자들이 없지 않다. 공산주의자들은 이 종교의 신조에 따라 총으로 그들의 세계는 물론, 온 인류를 통일 할 것으로 믿고 있고, 이번에도 그들의 신앙에 따라 무력침공을 하는 것이다. 「총을 쓰는 자」는 자기가 만든 총으로 망하는 법이다.
체코 사태를 우리가 공산체제의 붕괴와 그 조종의 소리로 듣는 연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체코 침공과 56년에 있었던 헝가리의 무자비한 유린은 그 원인과 정치적인 상황은 비록 다르다 할지라도 그 수법, 그 참혹상은 매한가진 것이며 그들의 종교적 동일한 신조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는 한가지다. 중탱크의 철궤로 수많은 헝가리 애국청년들을 무참한 죽음으로 밀어붙여 놓고 그들이 얻은 것이 무엇이었던가? 헝가리 인민의 저주의 대상이된 보잘 것 없는 괴뢰정권 하나밖엔 더 무엇이 있었던가. 헝가리 국민의 저주를 얻고 전세계에서 그들의 신자를 얼마나 많이 잃었으며 전세계에 얼마나 많은 공산주의자들을 실망케 하고 또 잃었느냐. 헝가리 사태는 공산주의 신봉자들의 정체를 세계에 가르쳐주고 많은 추종자들을 그들의 무지한 광신에서 각성케 했다. 헝가리 국민의 희생은 많은 열매를 맺게 했고 그들이 흘린 피는 인류구제에 거대한 보탬을 했다.
우리가 믿고 있는 또 하나의 종교는 「위(上)로의 종교」다. 물질과 기술과 인간마저도 부인하고 천시하여 오로지 정신만을 과신하는 종교, 인간구제에서 인간을 망각하고 오로지 하늘만 쳐다보고 정신의 힘만을 찬양하는 광신자들의 종교가 바로 이것이다. 자유진영에는 이런 광신자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신자들이 없지 않다.
체코 국민들이 자유화를 갈망하게 된 큰 원인은 그들이 이 두가지 종교에 어느 하나에도 치우치지 않고 인간의 참된 욕구를 추구하며 인간구제의 참된 길을 「앞으로 그리고 위로의 종교」에서 찾았고 이 올바른 종교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보다 더 알고 싶어 하고 그 보다 더는 소유하고 싶어하고 그 보다 더는 인간 다웁게 살기를 희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이 언론의 자유와 출판과 집회의 자유를 갈망하고 요구하는 것이 어찌 당연한 인간의 권리주장이라 아니할 수 있겠느냐 이 정당한 권리를 어찌 총칼로 영원히 막을 수 있겠는가.
체코 국민은 승리한다. 체코는 공산주의국가가 될 수 없다. 2차대전 후 공산진영에 예속되어온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을 독일제국주의 압제에서 해방시켜준 것이 소련이며 따라 소년이 종주국으로 자처하여 공산주의 체제를 강요한데 불과한 것이다. 체코는 동구권이라기보다 서구권에 속한다. 국민의 80%가 가톨릭신자요. 지금도 신앙을 유지하고 있는 국민이다. 경제나 문화가 다 서구적임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2차대전 후 공산체제의 굴욕 20여년, 체코신자들의 그 많은 희생을 생각해보라. 희생은 자유 쟁취의 제일과다.
소련이 우선은 그 강력한 무력으로 강점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의 여론과 규탄하나만으로도 오랜 세월을 지탱하지 못할 것이며 체코 국민은 인간의 고귀한 자유를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 그들은 물질도 정신도 부인하지 않는 참된 문화를 아는 국민이요. 「앞으로 위로의 종교」를 신봉하는 열열한 신자이기 때문이다.
체코의 형제들의 애달픈 유혈의 참상을 보면서도 우리가 공산주의의 멸망과 자유인의 승리의 날을 더 가까이 눈앞에 그리는 소치가 이런 점에 있는 것이다. 체코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그리고 우리는 인간 가족의 사투를 보고 소련규탄은 물론 정신적 뿐만아니라 물질적 지원에 까지 더욱더 적극적이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