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12월이 다가오고 이달이 오면 방방곡곡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펴진다. 벌써부터 눈치빠른 상인들은 「크리스마스」 대목을 노리는 갖가지 선물 꾸러미를 준비하고 있다.
이 땅에도 「크리스마스」의 기쁨이 급속도로 메아리치게 된 것은 대단히 다행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테지만 한편 성탄절은 우리에게 서글픈 인상을 던져줄 때도 없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카드」 「크리스마스 추리」 「크리스마스 파티」 「크리스마스 캐롤」 「크리스마스 선물」 등등 시가지를 누비를 12월의 이색적인 풍경! 이것이 하나의 年中行事요 구라파로부터 밀려닥친 하나의 유행으로만 끝난다면 대단히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12월을 앞두고 우리는 다시 한번 새삼스레 크리스마스 선물의 의의와 그 실천자세를 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유독 성탄절에 이렇게도 많이 유행하는 선물은 바로 이날 세상에 탄생하신 그리스도의 地上出現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선물은 주어도 기쁜 것이고 받아도 기쁜 것이다. 天主 聖父께서는 眞理와 사랑과 幸福을 잃은 人類에게 새로운 生命을 주시고저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가장 큰 선물로서 보내주신 것이다. 「예수」란 말은 곧 「救世主」라는 뜻이고 보니 「예수」 그 자체는 人類에게 가장 큰 선물이었다. 이렇게 크나큰 「救世主」의 선물을 받은 이날이기에 우리는 이 기쁨을 같이 하고저 가까운 친지와 존경하는 사람들에게 갖가지 크리스마스 선물을 교환한다. 그러므로 오고가는 선물에 이러한 「구세주영접」의 뜻이 없다면 그 존래의 의의는 상실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人類에게 보내어진 하늘나라의 膳物은 가난하고 겸손한 자들의 것이었다. 그래서 성탄선물은 버림받은 자와 가난하고 겸손한 자들이 받아야 한다. 고관대작들이 주고받는 膳物꾸러미는 무엇인가 無言의 내용이 풍기는 극히 俗的인 동기에서 이루어지는 것일 수 있으며 이것은 크리스마스를 미끼로 하는 하나의 사치와 허영 또는 세속적인 체면을 닦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므로 참 크리스마스의 선물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부유층이나 權力의 층이 아닌 가난한 노동자들과 교도소에서 버림받은 영어의 몸이나 아니면 어버이를 잃은 고아들 病院에서 신음하는 환자들 그리고 一線 高地에서 말없이 막중한 고통을 감수하는 숨은 희생의 주인공들인 軍人들일 것이다.
본란에서는 각별히 一線將兵들과 특히 異國萬里 월남에서 조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면서 正義와 人類의 平和를 위해 싸우는 파월장병들에게 푸짐한 성탄 위문품을 보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軍宗神父들에게는 크나큰 정신적인 진통을 겪게 마련이다. 軍宗業務의 實務經驗者로서 누구나 한결같이 느끼는 것은 크리스마스를 가장 뜻있게 보내야 할 크리스찬들이 크리스마스의 사랑의 선물에 인색하다는 점이다. 一線社會 團體 각계각층에서 보내온 크리스마스 선물 꾸러미는 밀어닥치는데, 가장 모범적이어야 할 敎會團體에서는 언제나 실망을 던져주고 있다. 벌써 軍宗神父들은 敎會 各機關에 정식 公文으로 크리스마스의 선물을 호소하고 있으나 많은 기관장들은 냉담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한다.
우리는 본란을 통해 각 敎會기관에 한가지 건의하고 싶다. 우리한국교우들은 결코 그 신심에 있어서나 애극정신에 있어서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문제는 指導者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서 신자들의 열성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불쌍한 자를 돕는 것은 성경의 기본정신이요 그리스도의 「사랑」의 핵심이 아닌가? 매년 성탄때는 적어도 각 敎會에서는 「위문품 수집위원회」나 「크리스마스 선물수집센타」 같은 규모의 위원회를 조직해서 일반신자들이 애극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를 바라고 싶다. 이렇게 하면 對外的으로 좋은 표양이 될뿐 아니라 對內的으로는 신자드의 生活敎育을 하는데 막중한 보탬이 될 줄로 안다. 적어도 성탄전 몇주일은 성당 구내에서 「사랑의 성탄 膳物」을 취급하는 곳이 마련된다면 많은 효과를 낼 것이다.
올해도 성탄절은 닥쳐온다. 단돈 십원도 좋고 한개의 비누도 좋고 한권의 책도 좋고 한 알의 사과도 좋다. 어버이 잏은 고아들, 굶주리고 병든 자와 영어의 몸이 된 자, 一線高地에서 주야장천 민족의 복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있는 장병들에게 따뜻한 성탄선물을 준비하면서 뜻있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