寬秀네집이 좋은 例이다. 農家로서는 과하리만 한 기와집에 林野몇萬坪 논밭이 몇천坪이니 먹고사는데 궁하지는 않았다. 新저貯水池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寬秀네집은 자수성가한 단란한 가정이었다. 나는 낚시하러 다니면서 寬秀가 국민교 5학년 때부터 친했다.
그후 그 마을에서는 鄭秀가 유일한 水原中學의 「유학생」이 되었다. 이제는 中3의 장골이다. 그런데 얼마전 京釜高速路가 寬秀네집땅을지나면서 이 집에서 포근히 감돌던 단란함이 흩어지고 말았다.
坪當 몇십원 정도이던 林野가 몇백원씩으로 껑충 뛰어올랐고 졸지에 寬秀아버지는 몇백만원의 목돈을 손에 쥐었다. 군대에 갔다온 寬秀의 兄은 그 돈으로 버스를 사서 굴리자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서울로 시집온 寬秀누이는 자기新郎이 실패한 印刷業에 30만원만 투자해주면 3년 내에 倍로 갚겠다고 나섰다. 實秀아버지는 農事를 멀리하고 거간들하고만 酒席에 어울려 다니면서 그 돈을 들먹인다.
온 집안이 갈갈이 찢어진 셈이다.
그래서 寬秀어머니가 우리집엘 찾아왔다. 어떡하면 좋겠냐는 것이다. 나도 남의집일에 덮어놓고 참견하기가 싫고 해서 요새 高率이란 銀行長期積金에 넣어두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오늘까지 그 벼락돈의 갈길이 어디로 잡혔는지 알 수 없다. 나도 일에 밀려 낚시터를 다시 찾지못했고 우리 큰놈과 동갑인 寬秀도 엽서 한 장 보내지 않고 있다.
최근 껌이니 라면이니 하는 상품에 엄청난 경품이 붙어 어린애들까지 껌한 갑을 사면 무슨 자동차 꿈을 엮는다. 이런 사행심의 조장은 당국에서 막고 있는 듯하더니 「메이커」들의 경쟁은 더 심해지 고 있을 뿐이다.
가난한 農家에 몇백만원의 현찰이 굴러 떨어지거나 고급승용차가 밀어닥칠 경우 그 집의 근면과 단란은 이미 깨지고 마는 것이다.
요행수에 대한 매력은 모든 사람에게 다 있는 법이다. 정당한 노력이나 代價없이 횡재를 얻으려는 마음보가 社會의 건전한 요소로 될 까닭이 없다.
7·8년 전에 무슨 박람회에서 福券을 대량 팔았다. 이 福券이란 요물은 상품에 붙는 景品과도 달라서 공을 치면 아예 회수되는 물건조차 없다. 그러나 「혹시」하는 마음에서 시민은 줄지어 샀다. 어떤 사람은 백원짜리로 백만원을 따서 기절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잃게돼 있는 것이 福券이다. 落葉처럼 古宮 가득히 福券껍질이 흩어진 사진을 봤을 때 나는 소연했다. 사실 가난한 지게꾼이 만원 돈을 잃고 자살을 기도한 일도 있었다.
이번 열리는 무역박람회에서도 2억원어치의 복권을 팔리라 한다. 상행위나 박람회는 다 생산적인 일이지만 이런 요행수라는 마약이 뿌려지는 무형의 손실에 우리는 너무 등한한 것 같다.
南郁(한국일보 편집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