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 있는 ◯◯사단에서 ROTC야영훈련을 한달동안 받았다. 우선 그 사단에 들어가서 섭섭했던 것은, 군인교회는 있는데 성당이 없다는 것과, 신부님은 한분도 배속돼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일요일에도 미사참예를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더욱이나 입소식후 얼마지나서 교회에서 환영예배가 있었고 수박등의 간단하지만 그래도 파티라는 명목의 환영이 있었다는 말을 참석하고 돌아와 자랑스레 전하는 동료(프로테스탄트)들에게서 들을 때 그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부러운 한편 우리네의 소극적인 점을 보는 것 같아 불쾌했다. 그들은 주일마다 단체를 이루어 교회에 가서 예배를 보았다. 천주교신자들은 서로 신자인줄도 모른채 그냥 지냈다.(군대사회에서는 종교를 들어 내놓고 말하지 않으니까) 그러다가 성모승천 대축일을 맞았다. 퇴소하기 사흘 전이었다. 부대에 있을 동안은 미사고 영성체고 깨끗이 포기하고 있었는데 대대장의 명령이 내려왔다. 천주교신자는 다 모이라는 것이었다. 혹시 안동시내에 있는 성당으로 미사하러 보내는가 싶어 기대를 가지고 모였다. 그러나 시내로 가는 것이 아니라 군인교회에 신부님 한분이 와서 미사를 지내주기로 약속이 되어있고 또 교회 측에서도 양해가 되었다고 했다. 우리는 몇명 안되지만 군인교회로 갔다. 설교대가 마련되어있는 교회의 분위기가 이상했지만 그대로 앉아 신부님을 기다렸다. 한시간이 넘도록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3시에 오기로 되었다는 말과 함께 5시까지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은 우리는 4시반까지 기다리다가 그냥 대송을 바치고 씁쓸한 기분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돌아온 뒤에 신부님이 왔다 갔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3시에 약속한 시간을 지켜주지 못한 것은 우리들에게 큰 실망을 주었다. 신앙이 말라버리기 아주 쉬운 군대사회에 신부가 없다는 사실도 슬프지만, 그나마 예배당에서라도 미사를 지내주어야 할 신부가 약속을 어기었다는 사실은 더욱 가슴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많은 장병이 있는 그 사단에 비록 성당은 없더라도, 매주일 교회를 빌려서라도 미사를 지낼 신부가 꼭 있어야겠다. 장교들은 혹시 외출하여 성당에 갈수 있을지 몰라도 일반 사병이나 훈련병들은 그럴 수 없다. 신부가 오지 않으면 그들의 영혼은 말라죽을 것이다. 그들의 영혼은 안동에 있는 신부들이 돌봐야 할 것이다.
李東震(서울영등포구 노량진동 242-9 상도동천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