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시복식이 10월 6일로 성큼 다가왔다. 장한 선조를 가진 후손의 자랑스러운 기쁨을 만천하에 들어 내기위해 이 영광스러운 날을 어떻게 맞을 가하는 준비에 모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겨레 모두가 우리와 함께 진심으로 이 영광과 기쁨에 참여하고 지극히 복된 이날을 영원히 기념할 시복 경축의 잔치를 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지난 9월 8일 한국 순교자 시복 경축 중앙위원회가 서울서 열렸었고, 많은 경축 행사를 계획하고 준비 중에 있으며 이 전국적인 행사에 이어 지방마다 그 규모의 대소는 막론하고 시복 경축의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준비들은 물론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을 줄 아나, 우리는 다음 몇가지 점을 보다 훌륭한 경축행사 준비를 위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첫째 우리의 모든 행동은 복자들의 순교 정신을 따라야 할 것이다. 그 숭고한 정신이 꽃피어 이루어진 시복의 경축 행사에 그 정신을 받들지 못하는 일들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가장 훌륭한 시복 경축행사는 가장 복자 정신을 크게 현양하는 행사이며, 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복자정신에 맞지 않는 일체의 생각과 행동을 끊어버려야 할 것이다.
복자 정신은 하느님을 지극히 사랑하고 이웃을 지극히 사랑하여 자기를 버리는 사람의 정신이요, 바른 것은 끝까지 따르고 불의는 끝내 저지르지 않는 정의의 정신이며 자기의 할 바를 위해서 모든 것을 참고 모든 것을 견디고 자기 자신의 모든 것, 목숨마저 쉽게 버릴 수 있는 용맹한 정신인 것이다. 이러한 정신으로 준비를 하고 또 이러한 정신으로 협조를 하면 틀림없이 훌륭한 경축행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모든 사람이 다 경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신자는 물론 온 국민이 경축할 줄 알도록 하여야 한다. 진리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일은 인간으로서 장한 일이요, 우리 선조가운데 많은 복자를 모시고 있는 것은 우리겨레의 자랑인 것이다. 그러므로 신자뿐 아니라 온 국민이 기뻐해야할 일이다.
그러나 신자가 아닌 사람은 복자가 무엇인지 시복이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공부를 한 사람 가운데도 10월 6일 24위 복자의 시복식이 있고 또 그것이 그렇게 기쁘고 뜻 깊은 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니 신자들은 모두 복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복자가 무엇인지를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행사준비에 있어서 특별히 선전부문에서 이 점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또 행사를 통해서 이점에 있어서 소기의 목적이 잘 달성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이 경축행사가 한국교회 발전의 한 전기가 되도록 해야할 것이다.
남의눈 때문에 하는 행사, 겉치례로 이루어지는 행사, 일시적인 행사가 아니고- 물론 그럴 수도 없겠지만-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신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활동으로서의 행사, 그냥 있을 수 없는 기쁨과, 납과 나누어야하겠기에 모이고 모여서 또 다른 우리의 모든 형제들과 함께 살고 싶어 온 천하에 펴 놓는 아름다운 잔치가 되어야 할 것이며 이 기회를 통해 방방곡곡에 하느님의 사랑을 다시 알도록 해야할 뿐만 아니라 이 기회에 내 자신이 복자들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더 알고, 내 자신안에 改心이 이뤄져, 각자는 보다 훌륭한 천주의 자녀로서의 「나」가 되고 보다 발전한 한국교회가 되어야 한다.
시복식이 있는 올해 모 본당 신자들은 어려운 가운데도 경제적으로 자립하기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히려 가장 아름다운 시복식 축하가 이렇게 나타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우리는 금치 못하거니와 복자들이 피를 흘려 한국교회의 기틀을 놓은 것을 알고 축하하는 마당이니만큼 정말 알뜰한 축하는 우리가 선조들을 본받아 한국교회를 위해 더 공고한 기반을 확립하고 더 광범한 발전을 쌓는 것이 아닐까고 생각되는 바이다.
43년전 1925년에 우리는 79위 복자의 시복식을 가졌고, 9월 26일을 79위 복자 축일로 매년 성대히 지내 왔다. 이 축일마다 우리는 복자들의 숭고한 정신을 다시 힘입고 한국 초대 교회의 어려움을 생각하면서 용기를 얻어 해마다의 발전을 쌓아온 것이다. 그러나 오늘 10월 6일의 24위 시복을 앞두고 79위 복자 축일을 맞이하는 우리는 가슴깊이 기쁨과 감사와 또 우리자신의 不誠을 절감하는 것이다.
선조이신 복자들 앞에 우리들은 과연 무엇을 바칠것이 있는가 말이다. 후손들이 모두 모여 정성어린 제사를 바쳤던가. 손수 지어준 한국교회를 후손인 우리들의 힘으로 보존할 수 있었던가. 죽음으로 증거하며 가르친 진리를 우리는 얼마나 생활화했으며 남에게 전할려고 노력했던가. 오늘 우리는 깊이 반성하고 굳은 결심을 해야할 것이다. 선조복자들이 가르친 대로 한국교회는 우리의 피와 우리의 땀으로 지켜지고 발전되어 나아가야할 것임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