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햇동안, 우리는 많은 회합과 많은 대화를 통하여 한국교회가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발자취를 더듬고 쇄신된 교회발전과 새로운 사목활동의 대열정비를 위하여 자기반성과 앞으로이 방향모색을 위하여 보냈다. 다시 말하면 지난해는 문젯점 발굴의 해요 문제점 채취(採取)의 해라고 하겠다. 그 결과 우리는 이제 많은 문젯점을 발굴한 원형 그대로 눈앞에 모아놓고 있을 따름이다. 흙이 묻은대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대로, 그리고 엄청난 숫자요 많은 양(量)이다.
이 많은 양의 문젯점들이 변천하는 한국사회와 우리의 사목활동을 가로막고 이강토에 복음의 씨가 부리를 깊이 내리지 못하게 저해해오던 암이 었었구나고 생각할 때, 우선 계획적인 노력은 아니었으나 문젯점만이라도 찾아낸 우리들의 지난날의 작업이 대견하기도 하다.
지난해를 문젯점 채취의 해라고 한다면 금년은 문젯점 정리의 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듬어지지 않은, 때로는 내용을 잘 파악할 수 없는 그러한 것들의 내용과 핵심을 우선 밖에 부착된 흙을 떨고 불순물을 제거하여 정리하는 작업부터 하여야 하겠다. 잘 정리된 자료는 연구하기에도 수비고 편리한 법이다. 졸속하고 황급한 발굴작업에는 진품을 놓치고 가짜를 진품으로 들고 만족하는 수도 있을 것이다. 진정한 문젯점은 놓쳐버리고 아무것도 아닌 지엽말단의 것을 과대평가하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발굴이며 수집이란 작업은 언제나 무리가 있고 후유증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렇게 발굴하여 찾아얻은 각 분야에 긍한 많은 문젯점 가운데에서 우선 시급히 시정되고 겸손된 인식이 요청되는 몇가지의 문젯점만은 지적해 두어야 하겠다. 바꾸어 말하면 문젯점 중 문제점으로 우리교회 안에 현저히 노출된 슬픈 현상이 있다. 우리가 교회 현대화를 위하여 문젯점을 찾노라고 성직자와 평신자 간의 대화의 경색(硬塞), 대화의 단절을 지적하고 그 원인을 성직자들의 독선 · 권위의식 · 독주 등에 있다고 하고 평신자들의 사목참여를 주장했을 때 일부 성직자들은 이것을 한갖 시대풍조요 반항의식으로만 속단, 오래하고 대탄하며 때로는 좌절의식마저 노출시키는 사례가 없지 않았다. 비록 평신자들의 발언이 한갖 이유없는 불평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우선 자애롭게 귀를 기울이는 아량이 있어야 하겠다.
평신자들의 철저한 무관심보다 대화의 광장에서 털어놓는 그 불만 불평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모른다. 그들은 신앙이 있기 때문이요 생각하는 신자이기 때문이다.
한편 평신자들 가운데도 무책임하고 때로는 파괴적이거나 예의에서 벗어나고 오히려 형제애를 걱스리는 발언이 없지 않았다. 교회가 현대세계에의 적응과 쇄신의 길을 찾으려는 노력을 마치 교회혁명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진정한 사로직의 의의를 몰이해 혹은 이해부족의 민주주의 교횔르 외치는 발언도 없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교회는 민주주의 방식으로 주교나 신부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다. 교계주의의 엄연한 지도체계가 서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회현대화 작업과정에서 노출된 성직자 평신자간의 부조리를 그 첫째의 시급한 역점으로 지적하고 금년은 우선 사랑을 기조로한 이해와 교구는 주교를, 본당은 본당신부를 중심으로 일치단결된 사목활동의 풍토를 기어코 이룩해야 하겠다.
둘째로, 지난날 우리가 문젯점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평신자는 물론 때로는 성직자들 가운데에서도 공의회의 정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의회의 모든 문서에 대한 몰이해의 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공부하지 않는 평신자나 성직자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체질개선이 되어 있지 않는 역군들이 무슨 교회쇄신의 대열에 어떻게 참여한단 말인가. 우선 우리는 정확한 교리, 상세한 헌장, 율령, 회칙 등 공의회의 각종교령을 연구하여 교회가 원하는 길을 알아야 하겠다. 특히 지도자 지식인들은 공부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금년에 우리가 할 일 중의 하나로 시급히 요청되는 과업은 교육문제요, 지도자와 열성분자의 양성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교구는 교구대로, 본당은 본당대로 이 연구활동을 위하여 계속적인 연구기관을 상설해야 하겠다. 신학부재의 한국교회라는 명예롭지 못한 비판의 소리가운데는 우리 한국교회의 지적인 빈곤성을 지적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며 이 지적 후진성은 곧 우리의 지도력의 빈곤을 들어 말하는 것이 아니겟는가? 부끄러운 일이다.
세째로 우리는 주교의 지도력 결여를 들어 한국교회의 후진성과 사목활동의 부진의 원인이라고 하는 말을 듣는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먼저 그 빈약한 지도나마 순명하는 즐거움을 알아야 하겠다. 나의의견이 주교의 지도를 가로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주교라고 혼자 만능일 수는 없다. 각 교구에 설치된 교구 사목위원회의 활동이 금년에는 활발한 활동으로 주교의 지도력을 강화하고 많은 부문에서 주교의 사목을 보필할 기운이 충일하다. 희망적이요, 고무적이라 하겠다. 주교는 더욱 많은, 더욱 넓은 안건을 과감하게 위촉연구케 하여 새해에는 우리교회에 모든 부조리와 잡음을, 일소할 계기를 마련하기 바라는 바이다.
금년은 우리의 모든 문젯점을 지혜롭고 인내롭게 하나하나 정리하여 그 해결방안을 우리 다같이 연구모색하며 서서히 실천에 옮기는 해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