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상영되고 있는 영화 「의사 지바고」의 주인공 지바고에 대해 영화 「팬」들은 누구나 동정을 금치 못한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이라는 시대적 현실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래도 순수한 인간성을 고수하려고 바득바득 기를 쓰지만 이래저래 「쥐어 박히기」만 하다가, 마침내 아내 토오냐와 애인 라아라를 다 잃은채 쓰러지고 만다. ▲성(聖)가정 축일을 지내다 보니 문득 의사 지바고의 가정에 애처러움을 느낀다. 전혀 자기의 탓이 아닌 외적인 여건들 때문에 사랑하는 처자와 무작정 생이별해야 하고, 애인과 불의의 생활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시대병(病)」을 앓고 있다고 속단하지 못하고 『누구나 저런 입장이 되면…』 어쩔 수 없다는 투로 「이해」를 한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유리 지바고가 차라리 의사가 되지 않고 시인으로 출세를 했더라면 『그런 궁지에 몰리지는 않았을 것을』하며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남에게 무언가 현실적으로 봉사하겠다는 숭고한 정신, 그 정신이 숭고하기 때문에 그만큼 큰 희생이 따르는건가. ▲교황 바오로 6세는 『가정은 윤리적 종교적 교육의 장(場)이 돼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가정은 정에 겨운 지성소(至聖所)이요 덕을 쌓는 터전이며 정신생활의 「센타」이라고 언명한 바 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안정기조(安定基調) 위에 고도성장(高度成長)을 꾀하는 경제정책을 밀고 나가면서, 매월 마지막 토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했다. 사회의 핵(核)인 가정이 안정돼야 그 속에서 자라나는 새 세대가 순조롭게 발전될 것이며 따라서 국력도 문자 그대로 고도성장된다는 사실을 믿기 때문이리라. ▲「의사 지바고」에서 우리는 전쟁과 혁명이라는 외적인 여건이 한 숭고한 사명적 인간의 가정을 무참히도 짓밟아버린 사실을 보았다. 우리의 현실에는 그와같은 전쟁과 혁명은 없다. 없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주위엔 가정의 안정기조를 무너뜨리는 유형무형의 여건들이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 같다. 이같은 여건들을 제거하기 위해 교회는 현실적으로 과연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교회의 부르짖음과 그 현실적인 시책과의 거리가 천길만길 떨어진 것은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