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에 사료전시회, 8일엔 강연회가, 9일은 경축 음악회, 13일은 남산야외 음악당서 대미사 등 큰 행사들이 즐비한데, 서울거리 어디서든 이런 행사에 관한 「포스타」나 「현수막」 하나를 구경할 수 없다. 신문, 방송광고도 없고, 허구 많은 「아치」하나도 없다.-(7일 현재) 以心傳心의 秘法을 쓰는 건가?
◆…추석에다 공휴일이 겹쳐 그런지 인파가 몰릴 것으로 기대했던 6일 「절두산」과 「새남터」에서 집전된 미사는 한산하기만-어느 일간신문기자는 놀란 나머지 약5백명쯤되는 참가자수를 수녀를 빼면 1백50명 정도도 안된다고 혹평까지. 그래서 이날 미사는 아예 복자수도회 수사·수녀들의 잔치 같기도. 이러다간 13일의 대미사에 몇 사람 나오겠는 가고 되려 걱정.
이날 「새남터」미사의 의의를 높이신 분들은 백발의 노사제들- 황정수 윤형중 신부가 발걸음도 옳게 못 옮기며 참석했는가하면 소사서 은퇴생활을 하는 정원진 신부님도 참석. 왕년에 순교자 현양회를 창설·고군분투한 윤형중 신부는 감격에 복바쳐 「스케줄」에 없는 즉석 강론을 통해 『우리가 더디고 서있는 이 땅에서 피흘린 선열들을 생각하고 땀방울을 바쳐 여기 대성전을 짓자』고 호소했고, 『익명의 한 신자가 땅 2만평을 복자회에 바친 돈으로 이 순교성지를 겨우 살 수 있었다』는 숨은 이야기도 밝혔다.
◆…6일 절두산성당에서 기념미사가 끝난 후 50대의 한아주머니는 장기슭 절벽에서 풀을 한줌 뜯어 종이에 싸면서 성호를 몇번이고 긋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백여년전 여기서 치명하신 복자들의 피와 넋이 풀포기에 맺혀있지 않겠는가?』고 대답. 이날 최석우 신부는 미사중 강론을 통해 『지옥이 없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시는 성직자들이 많이 있는데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옥이 없는게 아니라 하느님이 자비하시기 때문에 지옥에 갈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박사님 다운 말씀.
◆…본사와 병인순교자 시복경축위원회가 공동주최한 초·중·고 사생대회에는 1천3백여명이 참석하여 대성황을 이루었는데 어느 부모님은 어린학생이 그림을 그리는 옆에 앉아서 『빨간칠 해라』 『노란칠 해라』하며 코치-
사생대회는 학생들의 그림 잔치이지 부모님들과의 합작대회는 아닐 텐데… 물론 이 학생은 자기 뜻대로 색깔을 칠했지만.
◆…이름도 퍽으나 긴 「한국병인순교자 시복경축집행위원회」는 월여전부터 전국 교구대표를 서울에 불러놓고 회의를 열었고 또 각 부서마다 집행준비위원 명단도 80여명을 발표했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니 각 부서에 고작 1·2명이 열을 올렸고.
심지어 어떤 행사에는 한명만 나와서 허둥대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