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형제들 가운데는 아무 죄도 없고 아무런 자기 잘못도 없이 오직 환자라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문둥이」라는 욕을 먹고 천대와 멸시 속에서 한평생을 불우하게 보내야 하는 형제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자기잘못 또는 죄의 결과로 감염된 성병환자도 사생활에서만은 아무 구속도 하등의 멸시도 받는 일이 없이 때로는 존경까지 받으며 사는데, 오직 나환자만이 「인간다운 생활」을 거부당할 이유가 어디있단 말인가. 하느님의 사랑하는 아들딸들인 그들이다. 왜 사람만이 왜 형제들인 우리만이 그들에게 사랑을 거부하고 나와 꼭같은 생활을 거부하고 그들을 우리 생활권에서 격리시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만 몰아 넣으려 하는고? 나환이 의학적으로는 전염병에 속한다고는 하지마는 쉽게 감염되지 않는 병이며 불치의 병도, 유전병도 아니다. 또 우리나라 환자들은 해방후, 적절한 치료로 대부분 전염의 위험도 없고 병세도 정치된 소위 음성(陰性)환자들이다. 다른 질병, 가령 과거에 천연두(天然痘)를 앓아 누가 보아도 과거병력(病歷)을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사회참여케 하등 차별을 받지 않는데도 오직 과거에 나환을 앓았다는 형제들만은 사회참여의 기회를 주지 않는 우리의 소행이 과연 그리스도교적이었던가? 해방후 유리걸식하던 나환자들은 각 기관 특히 그리스도교 구라기관을 통하여 많은 구호를 받았다. 많은 환자들이 신앙의 종파별로 친소(親疏)별로 수용되기도 하고 혹은 집단부락을 형성하여 농토를 주어 정착케 하였다. 소위 정착사업이 그것이다. 가톨릭도 이 사업에 뒤질세라 앞을 다투어 많은 가톨릭나환자촌을 만들어 그들을 수용 만족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그리스도교이 정신일까. 나환자만 모여 사는 나환부락이 수용소와 그 어디가 다르단 말인가. 수용소는 눈에 보이는 울타리가 있고 나환부락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있을뿐, 그정도의 차이뿐이다. 정착사업을 해서 그들의 생활을 안정시켜 주었다고 하지만 그들은 여전 나환자기 때문에 격리되고 소외되고 버림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겠다. 정착촌에는 나환자만 입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는가. 진정한 그리스도교적 정착사업, 즉 REHABILITATION이란 명예회복이요, 권리를 다시 찾는 것이요, 다른 형제들과 꼭같은 조건에서 환자가 되기 전과 같은 조건으로 다시 인간다운 대우와 존경을 받으며 생활한다느 ㄴ말이다. 사람은 음식만으로만 살 수 없다. 인간다운 생활이란 식량이 있고 옷가지가 풍부하고 내집이 있는 것만으로는 완전하다 할 수 없다. 인간다움 대우를 받아야 한다. 요양소에서 치료를 받아 쾌유한 환자는 고향으로 자기집으로 혹은 자기가 살고싶은 곳에서 남들처럼 자유롭게 다른 형제들과 섞여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그리스도교적 정착사업이다. 그리고 우리는 형제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하느님의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