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교회의 금년도 정기총회가 지난 14일부터 3일간 서울에서 소집되어 15의안(議案)을 다룬 끝에 5개 안건을 의결하고 다른 안건들은 보류하였다고 한다. 전체안건의 3분의1이 겨우 통과를 본 셈이다. 의결된 다섯개의 결의사항도 대부분이 기존단체의 인준정도로, 막연하나마 기대했던 만큼의 고무적인 무슨 성과가 없어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일반신자들은 사목의 최고 의결기관인 주교회의 의결과와 그 지도방안에 항상 지대한 관심과 기대를 가지는 습성이 길러져 왔기 때문이다.
새로운 결의가 있었다면 「평신자의 날」을 정했다는 것과 새로운 사목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주교·수도원장회의」를 설치하여 외국전교회 대표들까지 여기에 합석시켜서 전국사목활동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사목계획과 그 활동방안을 연구 모색키로 했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만시지탄이 없는바 아니나 천주의 백성 본래의 사명인 사목활동을 위하여 과감한 방안을 모색하려는 주교회의의 열의와 문호를 열어 광범위하게 중지(衆知)를 규합하려는 데에 대하여 경하하여 마지않는 바이다.
그런데, 「평신자의 날」까지 정하고 일반신자들의 교회활동 참여를 촉구하려는 것이 주교회의의 의도라면 「주교·수도원장급 회의」와 이번에 인준을 받은 「평신자 사도직 전국협의회」를 따로따로 할 것이 아니라 「전국 사목위원회」 같은 기구를 설립하여 더욱더 개방적이고 통합적인 대화의 광장을 마련했으면 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지 않는가 싶어진다. 「펑신자」라는 어휘 자체도 적당치 않지마는 일반신자 역시 그 지식과 재능, 식견에 따라 교회의 이해(利害)에 관한 일들에 대하여 자기 의견을 발표할 권리, 나아가서는 경우에 따라 의무마저 있는 것이다.
참다운 그리스도교적 공동체에서는 직제사도직이나 신자사도직이나 다 같이 분리할 수 없는 상호관계와 연대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양자간의 구별(區別)은 있다. 그러나 거리(距離)는 있을 수 없다. 더구나 사목활동의 대상인 세계를 생각할 때, 신자들의 그 특징인 세속성(世俗姓)을 잊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교회가 세속과의 교량(橋梁)역을 도외시한 사목활동 연구가 온전하리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신자사도직공의회의장 첸또 추기경이 전체회의석상에서 『금후 수세기에 긍한 교회의 운명은 사도직에 있어서의 성직자와 신자의 밀접한 관계여하에 달려있다』고 단언한 말이 다시 한번 상기된다. 이렇게 생각해 볼 때 「주교·수도자급회의」의 실무자회는 그 준비작업으로 첫회합에서 인재교류·전문가 동원 및 인재양성 등의 문제를 논의 하리라고 하는데도 앞에서 논한 바와 같이, 신자들 가운데서도 널리 각계의 인재와 전문가들을 망라할 것이며 성직자들의 결정을 실행하는 「복사」로서가 아니고 그 전문지식을 받아들여 진실로 공동의 문제를 논의하며 그 사도직적 사명을 다하도록 형제적인 대화의 기회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인재양성에 있어서도 과거처럼 사목활동에 비추어 무계획적이고 성직자 독자적인 결정을 삼가고 사목활동에 긴급하고 유효한 부문을 우선(優先) 양성할 것을 말해둔다. 특히 인재양성이라면 곧 외국 유학만을 생각하는 습성을 버리고 먼저 국내에서 우리가 양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아쉽기에 첨언해두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