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나 추석날이면 밤새껏 촛불을 켜놓은 시골약방을 볼 수 있다. 명절이 되면, 음식과 술에 체한 사람이나 토사곽란을 만난 응급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약방주인이 침침한 촛불 밑에서 밤잠을 설치며 앉아있는 것은, 환자를 구하겠다는 순수한 인간애와 이옷을 돕지 않고서는 잠을 잘 수가 없는 봉사정신에 基底를 둔 사명감 때문일 것이다. 약방주인이 단순히 시골 사람들의 「구렁이 알」 같은 돈만 긁어모으려는 일념으로 그렇게 앉아 있거나, 또한 그런 목적으로 앉아 있다고 보는 이는 둘다 不信시대를 사는 不信의 化身일 것이다. ▲本報는 얼마전부터 「通竹村」이란 소위 「가싶」란을 마련하고 기사화되지 못한 공론들을 엮어 보았더니 이외로 독자들의 반응이 대단했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같이 시원하기도 하고, 기사내용이 딱딱하여 투겁게만 느껴지던 것이 상당히 상쇄되었다고 말하는 독자가 있는 반면 「신성한 교회」의 기관지에 그런 란은 있을 수 없다고 펄쩍뛰는 독자도 있다. ▲「通竹村」은 문자 그대로「通竹」 즉 맞담배를 피우면서 서로 허물없이 얘기하는 대화의 광장이다. 광범한 대화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발하고 소박하게 웃으며 스스로를 비판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通竹村」에서는 混煙一體로 老少가 同樂하고 共亨同代하니, 새삼스럽게 세대교체를 부르짖을 필요가 없다. 하기야 老少가 맞담배를 피우는 것이 쉬울것 같으면서도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무례와 실례를 범하기 때문이다. 老少가 通竹을 하려면 폭넓은 인내와 묵직한 신뢰와 아낌없는 사랑이 필요한 것이다. ▲「敎勢統計表, 水準作以下」(641호 「通竹村」을 볼 때-맞지 않는 통계숫자가 「通竹村」에 들어와 한번 通竹함으로써 각 교구당국의 비협조로 인하여 교세통계가 얼마나 우습게 되며 통계담당자가 얼마나 고충을 겪는가를 알게되지 않았는가. 침침한 촛불 밑에서 밤을 새우는 시골약방 주인을 돈벌레로 보는 사람은 「通竹村」에 들어올 수는 있어도 通竹할 자격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