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서 열렸던 전국 주교회의에서는 구세주 대림 제1주일을 평신자사도직의 날로 정하고 또 종전 서울대교구에서 관장하던 상지교리학원을 전국기구로 인준한바 있다. 공의회 정신을 구현하고 평신자들의 보다 능동적인 포교 참여를 위한 주교님들의 이러한 노력은 높이 평가되어야 하고 받들어져야할 것이다.
추수할 것은 많으나 일꾼이 적은 우리나라에서 평신자 사도 양성을 위한 교리교육은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때 주교회의는 구체적으로 교리학원의 계획 운영을 위한 주교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위원장에 한공열 주교, 위원에는 김수환 대주교, 윤공희 주교를 선정했다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이며 일반의 至大한 관심과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전국적인 기구로서의 교리학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 봉착한 애로점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작은 나라에서 중앙에다 전국기구의 교리학원을 두고 주교님들의 공동관심하에 운영케 한다는 것은 당연하고 이상적이라고도 하겠으나 우리나라의 경제적 실정과 일반 평신자들의 생활여건을 참작할 때 단일학원의 운영은 그다지 용이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이미 전국적인 성격을 띤 서울의 상지학원을 주교회의가 전국적기구로 인준한 것은 전국적 호응과 협조를 바라는 뜻일 것이나 기존하는 서울의 수녀교리학원이나 대구의 수녀교리학원 그리고 곧 세워질 왜관 분도회가 경영할 교리학원이 종합적으로 연구검토 되지 않았다는 것은 주교회의의 허실을 들어낸 것이라고 보겠으며 결정자체가 모호하고 미비하게 느껴져 좀 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주었으면 하고 아쉽게 생각한다.
우리는 차제에 주교회의가 이 문제의 종합적 검토를 위해 유능한 성직자 평신자들을 위원회에 보강시켜 첫째로 교리학원을 단일체제로 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복합체제로 하느냐의 매듭을 지우고 둘째로 교리학원의 뚜렷한 성격을 부여해줄 것을 제언하고 싶다. 만일 단일체제로 매듭지운다면 각 교리 학원의 상호관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고 일관성있는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복합체제를 채택 한다면 주교회의의 결정자체는 무의미하게 되고 말 것이다. 교회의 발전과 경제적 지리적 조건 때문에 각 지방 주교의 책임있는 감독하에 기존하는 교리학원이나, 생길 수 있는 교리학원 및 강습회는 실질적으로 억제될 수 없을 것이며 억제되지도 않을 것이다. 불필요한 오해와 지나친 경쟁의식으로 생길 수 있는 상호저해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며 事前에 상호 간의 충분한 이해와 교회의 공동선을 도모할 수 있는 心的태세가 갖추어져야 될 줄 믿는다.
우리가 바라고 싶은 것은 단일체제를 원칙으로 하되 특정 교리학원을 전국기구로 할 것이 아니라 평신자 교리교육 위원회의 전국적 성격을 더욱 뚜렷이 하여 교회의 지침이나 교수법 등에 대한 권위있는 지시나 교도를 하여 경제적면에 대해서 까지도 주교님들이 공동으로 관심을 갖고 궁핍한 단위 교리학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애로점은 학원의 체제와 그 조직문제이었다 하겠으나 그보다 못지않은 애로점은 실제운영에 있어서 교수의 확보와 학생의 확보일 것이다. 종전의 임기웅변식 방법으로는 모처럼의 좋은 계획이용 두사미격의 지지부진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지극히 우려된다. 참신하고 획기적인 구상과 대책이 시급하다. 그리고 이미 주교님들이 공동으로 관심을 표명한 것을 일선 사목자와 모든 평신자가 진지하게 받들고 자신들의 관심사로 느끼고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될 줄 안다. 우리의 고질인 자기중심주의로 다른 모든 것을 외면하는 태도를 여기에도 드러낸다면 복음적 사명을 완수한다고 할 수는 결코 없을 것이다.
직업교리교사가 되기 위해서 뿐만아니라 자신이 배우고 남에게도 전해야겠다는 평신자가 더욱 많이 나와야 겠지만 특히 각 본당신부님의 협조가 성패의 절대적 요소라 하겠다. 위로는 주교님의 뜻을 받들고 본당신자들과 협의하여 매년 본당예산으로 고정적으로 몇 명씩 교리학원에 진학 시키게 된다면 아무리 교리학원의 수가 늘어나더라도 人員은 充分히 확보될 수 있다고 본다. 끝으로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교리교육 위원회가 신중한 연구를 하여 간이, 정규, 전문 등의 구분을 지어 多樣하고 실질的 교육을 도모했으면 한다. 그리고 전문교육에 있어서는 일반 평신자나 수도자, 자수녀들에게도 가톨릭大學 神學部를 개방하였으면 한다. 『가서 만민을 가르치라』하신 주의 교훈을 영세때 영혼에 인각받은 우리 모든 신자는 각자의 복음적 召命에 충실하도록 태세를 갖추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