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어서의 우리교회 최고 학부인 서강(西江)대학을 경영하며 광주 대전 대신학교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예수회에서는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만1주일간 『한국교회·예수회에 관한 사회학적 조사연구회』를 열어 한국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현싯점에서의 실태를 정확하게 이해할려는 진지한 토의를 가졌다고 한다. 이 연구회에서 다루어진 토의 안은 「매스·컴」 「그리스도교교육」 「선교활동」 「비그리스도교 종교」 「전례」 「평신자」 「주교사목 및 사제양성」 「현세계에서의 교회와 종교자유 및 교회일치」 등 열가지의 토의안건으로 실로 다방면에 긍하여 제2차 「바티깐」 공의회 후에 한국교회가 파악해야 할 실태를 「있는 그대로」파헤쳐 당면한 문제점을 적출해내려는 데에 그 의의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예수회에서는 금번 연구회개최의 목적을 예수회자체의 필요, 즉 예수회가 교회의 사목활동에 협력할 방안을 모색하고 그 진로를 잡을 기초조사라고 못을 박고 겸허한 태도로 동 연구회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지만 한국교회의 실태를 사회학적으로 조사 분석하여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파헤쳐본 일은 우리한국교회사상 일찌기 그 전례를 보지 못했을 뿐아니라 금번 회의에 초청된 교회내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첫단계인 전문분과회의에는 사계의 권위들을 망라하였고 제2단계인 전체회의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진 주교·신부·수도자 그리고 많은 평신자들을 한자리에 회집케했으니 가히 우리한국교회의 「브레인」의 집결체를 형성했다고 하겠다. 또 하나 특기 해야할 점은 우리교회의 가장 헛점으로 알려지고 있는 성직자대 평신자들의 대화의 결여, 대화의 경색, 악순환을 특히 마지막 2일간에긍한 전체회의는 이러한 헛점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길과 가능성을 여실하게 증명했고 교회지도자와 평신자들의 의사소통과 상호이해의 새로운 풍토를 마련했다는 점에 우라눈 동 회합의 의의와 성과를 크게 평가하며 비록 만시지탄은 있으나 금번 회의를 마련한 한국예수회의 장거를 높이 찬양하여 마지않는 바이다.
금번 회의가 우리교회의 허다한 문젯점을 해결하고 앞으로의 사목활동의 방책을 수립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또 할 수도 없다. 그러나 문젯점만이라도, 몇개의 문제의 핵심만이라도 가려낸 것과 그자세만이라도 금번 회의의 큰 성과라고 하겠고 더욱이 이러한 연구가 주교나 신부의 독단적이요 독선적 판단만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요, 평신자들만의 독단이나 독선으로 단정해버리려는 것이 아니었고 자유롭고 겸손하고 솔직하게 이해할려는 진지한 태도로 주교와 사제 사제와 신자들이 격차없이 대화의 광장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회의를 바탕으로 하여 우리는 과거처럼 지체가 없는, 머리만의 조직이 아니고 공동체 전체의 조직을 마련해야 하겠다. 가령 우리나라 최고의 사목문제를 다루는 주교회의의 그간의 경위는 한번도 만족할 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특히 주교회의 의결사항들은 대개의 경우 지엽말단의 사무적인 처결에 그치고 한번도 문제의 핵심을 들어 지침을 명시한바 없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 같다. 때로는 불성실한 혹은 너무나 의례적인 회합에 지나지 않았는가하는 느낌마저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 주교회의가 가지고 있는 전문위원회도 상당한 숫자다. 그러나 위원장이나 본당 일에 촌가도낼 수 없는 한 두분의 신부님들로 전문위원을 구성했고 그 전문위원도 기술 전문가도 아닌 문외한인 경우가 없지 않다. 더구나 전문위원회에 평신자가 참여하고 있는 경우란 극히 드물며 그 조직 자체도 위원장이 머리만 굵고 지체가 없는 기형적인조직을 명목만으로 체면을 수습하고 있는 경우도 없지 않다. 금번 예수회에서 마련한 연구회 같은 조직과 그 진지한 토의는 주교회의의 하나의 전단계, 혹은 예비회의 같은 성격으로 발전시킬 수 없을까하는 점을 들어 성직자와 평신도가 혼연 일체가 되어 「황금어장」을 앞에 둔 우리한국교회의 시급한 사목문제를 연구하는 조직이 요망되는 바이다. 특히 평신자들은 그 전문지식을 주님의 사업을 위하여 아낌없이 바쳐야하며 교회는 평신자들의 지식을 선용할 줄 알아야 하겠다. 탐문한 바에 의하면 금번 연구회에서는 우리교회의 당면한 문제점으로 「교회의 토착화문제」·「대화의 갱색」·「성직자의 권위주의와 평신자들의 독선의식」 등의 문제를 위시하여 「매스·컴」의 선용, 「신학교 교육문제」등에 특히 열띤 토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떤 결론, 또는 금후 어떤 촛점으로 연구의 방향을 이끌어나가기로 의견의 종합을 봤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여하간 금번 연구회를 계기로 우리의 사목문제는 그리스도의 지체, 협동체 전체의 관심과 협동아래 토론되고 분석되고 종합되고 평가되기를 기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끝으로 예수회의 사명은 우리나라 문화를 그리스도화 하는 발전의 직접적인 기여에 있다고 하겠다. 특히 지식인들이 가진 전문지식을 그리스도화 하는 사업에 끊임없고 과감한 노력과 금번 연구회의 장거를 치하하며 아울러 당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