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재라는 것은 없다. 굳이 있다고 하면 남편의 것을 그 사람이 쓰지 않을 때에 잠시 쓰는 서재다. 그것도 온돌방을 개조해서 洋室로 만들어 應接室 겸 音樂室인데 책 둘데가 없어서 一面 벽에 책장을 천정까지 만들어서 책을 꽂아놓았기 때문에 겨우 서재의 명목을 세운다고나 할까. 서재이나 책상이 없고, 책장의 아랫쪽 문짝 하나를 올려서 組立式, 소위 「인스턴트」식 것이있다. 어느때는 문짝이고 글쓸때는 책상이다. 방이 좁은 탓이다. 立體性이 있는 방은 그나마 이 방 뿐이기 때문에 책상에 기어올랐다가 피아노도 쳤다가 음악도 듣기에 적당하고 또 소파의 쿳숀이 있어 뛰어들기 재미 있어서 이방은 또한 내 아이들의 운동장이요 놀이터다.
텔레비도 둘만한 방이 없어(부모님이나 우리 內外도 텔레비를 싫어하는 때문) 여기에 두어서 시골서 손님이 오시든가 어린이 시간에 아이들이, 또 밤이면 일하는 사람이 이방에 와서 테레비를 본다. 書齋를 무어라고 규정지어 풀이하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우리집 書齋는 理想이나 常識으로는 書齋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밖에 내방이라고 하는 것이 있기는 있다. 말하자면 내가 자는 방인데 이것 역시 夫婦共用에다가 어린아이도 잔다. 거기에도 벽 一면이 천정까지 닿는 책상이 있는데 밤중이나 낮에라도 가끔은 여기서 글을 쓸 수 있다. 이 경대는 아이들이 올라가서 뛰어내리기 알맞은 높이라서 역시 아이들에게 점령된다. 물론 야단치고 화내고 하지만 그러노라면 글쓸 정력은 다없어진다. 집안내를 두루살펴서 한간만이라도 書齋를 만들데를 찾으니까 장독대 위가 있다. 장독대 위에 방을 들이면 응달져서 장독이 곤란하고 방위에 장독을 올리면 방이 어둡고 또 장독대가 너무 높아서 쓰기 힘들다. 洋室이라면 부엌위에라도 임시로 2층을 올리겠으나 하필 한옥이라 2층 올릴데라고는 한치도 없는 집이다.
당분간 내 書齋를 네가지는 가지고 싶다. 하나는 순한식, 넓이는 15평 정도의 온돌방이고 보료에 장침하나하고 화류책상, 화류책장(책이 많이 꽂힐 필요 없다) 화류문갑(원고용지와 원고를 넣는다) 사방탁자 하나 동양화두폭 서예 2点 韓國人形 하나 골동품 자기 서넛, 모든 가구는 조각이 없고 직선적인 것으로 한다. 暖房은 온돌전체 스팀.
다음은 洋式書齋 책상이 넓고 2면이 유리가 낀 책장이 있고 녹음기와 전축이 설치되고 暖房은 스팀 「라디에타」가 아니고 「베치카」, 또 침대겸 긴 소파 하나 「록킹체어」 하나. 가구는 모두 루이 15世式, 房 전체의 照明은 「샨데리아」. 책상위의 전기스텐드는 木刻에 비단카바. 방넓이는 25평 정도. 洋화 1点. 루벤스나 렘브란트의 작품으로. 大理石 彫刻 1点(人物) 융단은 자주빛. 가구빛은 모두 나무빛.
다음은 역시 洋式書齋. 용단은 신록빛. 책상은 직선적이고 의자도 직선의 데자인, 2面이 책장이고 역시 종횡의 직전으로 천정까지 닿는다. 녹음기와 전축설치, 난방은 「스팀」 침대겸 소파(황금빛) 「록킹체어」 하나. 洋畵一輻(複寫라도 좋으니 피카소의 後期作品) 木刻一点(人物) 生花. 책상 앞의 유리窓은 現代式 大型유리, 「알미늄」 「삿슈」로 되어있어도 좋다. 房全體의 조명은 천정에 파넣은 것. 책상 위의 전기 스텐드는 曲折이 잘되는 것으로 한다. 가구의 빛은 모두 白色에 가까운 黃色. 위의 房에는 셋 모두 다 목욕실 변소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또 冷房도 完備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책상에서 보이는 정원은 넓고, 잔디가 있어야 한다. 네번째의 書齋는 정원 한쪽에 문도 벽도 없는 亭子. 나무의자 하나 책상 하나. 가까이 분수가 있고 멀리 꽃밭이 보이도록. 이 모든 書齋가 同時에 가능할까? 지금 형편은 그 장독대 위에 마루방 한칸도 만들 수 없는데….
韓末淑(女流小說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