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부터 4일간 필립핀에서는 세계가톨릭여성단체협의회 아시아지역대회가 열렸다. 이에 우리는 현재의 여성운동과 향후의 진로에 대한 몇가지를 얘기하고저 한다.
『각자는 자기 재능과 능력에 따라 다른 사람(사회)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원칙은 성서의 근본사상이다. 따라서 남성이나 여성을 막론하고 이 과제를 실현해 나간다는 것은 창조주이신 하느님이 우리 각자에게 맡기신 근본 사명이었다.
아담이 에와를 얻었을때 기뻐서 외친 것은 단순히 심심풀이 할 수 있는 상대자를 발견했기 때문이 아니다. 자기와 꼭같은 동료를 찾아냈기 때문이었다. 만물을 다스리는데 같이 일할 수 있는 친구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하느님께서도 아담에게 에와를 주신 것은 서로 도우며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하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류는 하느님의 이 의도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수천년간을 두고 여성들은 최소한도의 존경도 받지 못하고 살아왔다. 남성들에게 매여서 자기 권리를 찾지 못하고 살아왔다. 따라서 자기 구실을 다할 수가 없었다.
유데아의 율법학자들은 남성만이 온전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모든 것은 심지어 종교까지도 남성만을 위한 것이었다. 여성들에게는 모든 종교의식에 참여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고 『여인에게 율법을 가르치느니 차라리 그 율법을 불사름이 더 낫다』고 까지 했다. 18세기에 자유사상가로 이름이 높던 루쏘까지도 『여성은 남성을 즐겁게 해주도록 교육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여성을 남성의 노리개감으로밖에 여기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말하기를 『여자는 어려서부터 속박의 훈련 속에 자라야 한다. 그것이 불행한 사실이라 할지라도 피할 수 없는 일』이라 했다.
동양이라 해서 더 나을 것은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동양적인 보수성 때문에 더욱 심했다 할 수 있다. 옛부터 동양에서는 『여자는 어려서는 부모에게 복종하고 출가하여서는 남편에게 늙어서는 자식을 따르라』(三從之道)는 원칙이 있어왔고 여자는 남자와 더불어 먹고 마시지도 못했다(不共食飮). 특히 여자는 시집을 가면 안방에 묻혀 옷과 밥을 짓고 바깥일에 대해서는 말을 말아야 했다. 한마디로 여자는 남자의 예속물이란 사상이 전부였다.
따라서 어머니들의 말씀에 『이집에 와서 자식을 낳아주었으니 이제는 내 할일을 다했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게된다. 일엏게 여성들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인격적인 한 인간으로서 의사존중이라든가 자유, 법적인 권리 사회적 지위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18세기에 들어서자 여성해방운동이 싹트기 시작했다. 여성을 언제까지나 가정의 노예물, 남성의 노리개감으로 생각하는 여성관을 타파하려는 운동이었다. 여기에 효시를 놓은 것은 입센의 「인형의 집」이었다. 산업혁명으로 자본주의가 대두하게 되자 자본가들은 남자직공보다 부녀자들을 더욱 많이 고용했다. 싼 임금으로도 고용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여성들은 먼저 공장으로 진출하게 되었고 양차 대전을 겪는 동안에 남성들이 부족하게 되자 지금까지 남성들만이 하던 일을 여성들이 맡아야만 하게 되었다. 이렇게 자연적인 추세로 여성들의 길이 밖으로 트이게 되었다. 그러자 세계 각곳에서 부인들의 단체가 결성되어 사회적 지위, 법률에 의한 원리 등을 찾게되었다. 이제는 여성들도 남성들과 같이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직업 전선에 나설 수 있게되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여성으로서의 지위와 권리를 아니 인간으로서의 지위와 권리를 되찾게 되었다. 참으로 길고 피나는 투쟁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투쟁 뒤에는 그리스도교가 언제나 그 뒷바침을 해왔다.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신 의도를 강조해왔다. 그리스도교의 후원이 없었던들 여성운동은 그 결실을 맺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여성들은 여성으로서의 존경과 지위와 권리를 되찾았다. 이제는 남성들과 더불어 자기 재능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여성들이 피나는 투쟁을 벌인 것은 그 재능과 능력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봉사하는데 쓰기 위해서였다. 자기 재능을 묻어 두기 위해서 무모하게 길고 피나는 투쟁을 해온 것은 아니다.
여성이 할바를 찾아야 할 시기는 왔다. 여성들이 움직여야 될때는 왔다. 국가와 세계의 장래를 위해서 자기의 몫을 할 때가 왔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가 막을 닫는 마당에서 거기에 모였던 모든 교부들은 세계 모든 여성들에게 인류의 장래를 맡기는 「메시지」를 발했다. 『성교회는 여성의 위치를 높이고 그들을 해방시킨데 대하여 자랑스럽게 여기며… 지금은 여성의 사명이 완수 될때가 왔다… 복음정신에 투철한 여성은 인류로 하여금 오류를 범치 않도록 공헌할 수 있다. 그대들은 인생의 시초가 갖는 신비에 직면하고 있으며 죽음에 따른 작별을 위로해 준다… 또한 우리가 무엇보다도 충심으로 그대여성들에게 바라는 바는 우리 인류의 장래를 보살펴 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