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3·1절은 일본의 침략으로 나라를 빼았겼던 우리 겨레가 총칼의 위협 속에서도 분연히 궐기하여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방방곡곡에서 독립만세를 부른지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우리의 역사 속에 배울 것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3·1운동은 가장 자랑스러운 민족운동이었다.
원래 민족과 국가는 같은 뜻이 아니다. 민족은 긴 세월을 두고 인류가 펴져나가는 과정에서 생긴 자연발생적인 집단인데 반하여 국가는 한곳에 모여살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이 룩한 합의적(合意的)인 정치집단이기 때문이다. 마치 가정이 국가의 단위사회가 되는 것과 같이, 민족은 인류사회의 단위집단으로서 형제적인 연분(緣分)으로 결속되어있다. 따라서 국가는 공리적 또는 이기적 성향을 가지는데 반하여 민족은 배타적 또는 독존적 성향을 가지기 쉽다. 세계평화와 인류의 공영(共榮)을 이룩하지 못한 원인이 모두 여기에 있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의 3·1독립선언문은 우리의 민족적 결속이나 일본침략에 대한 항거가 비단 애국 · 애족에 그치지 아니하고 세계 인류의 평화공존을 위하는데 있었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증어의 감정을 억누루고 침략국에 대해 관대할뿐 아니라 오히려 그 원인이 우리편에 있었음을 자인하는 자랑스러운 아량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일본의 우매함을 깨우쳐주고 동양의 평화와 세계의 공존 번영을 위해 우리겨레가 독립해야 한다는 것을 만방에 일깨워 우리의 독립을 선포했던 것이다.
때마친 제1차 세계대전을 겪고 그 쓰라린 전쟁의 비참 속에서 전쟁의 재발을 피하기 위하여 세계평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던 때에 우리는 그 독립선언문을 통하여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의 대경륜을 선포했던 것이기에 더욱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3·1운동이 한갓 침략국에 대한 반항이나 배타적 민족사상의 발로가 아니었다는데 깊이 되새겨 볼 뜻이 있다. 또한 그 운동이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남녀노소나 종파를 초월하여 목숨을 걸고 하나로 뭉쳐 일어났다는데서 깊은 감명을 받게 한다. 이에 호응하여 해외각지에서 일어났던 교포들의 독립운동도 같은 것이었다. 이와같은 대의(大義)의 선포는 곧 우리의 조선(祖先)들의 올바른 민족관과 그 애족사상을 천명한 것이었다.
건전한 가정이 모여 건전한 국가를 이룩할 수 있는 것과 같이 건전한 민족의 모여 건전한 인류사회를 이룩하는 것이다. 이런 성향에서 모든 민족의식이 순화되어야 하고 함께 인류의 평화와 공영을 위해 단합하여야 할 것이다. 오늘 우리들이 바라는 세계공동체는 사랑과 평화 속에서만 이룩될 수 있는 것이기에 다시한번 우리의 3·1정신을 선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