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구이 집이 없어지고 「크스마스·트리」가 여느 때와 달리 자취를 감추리라 한다. 반가운 일이다.
서울市는 이달을 不法수렵과 불법 林産物 단속기간으로 정하고 각 구청을 단위로 합동단속반을 구성, 시내에서 족제비 참새 뜸부기 암꿩 산양 노루 흑비둘기 같은 새들을 팔지 못하도록 손을 쓰는 한편, 해마다 크리스마스 때면 생나무가 몇十만그루나 베어진다해서 올해부터는 人造전나무로 바꿀 것을 권하기로 했다한다. 싸늘한 어둠속에 복닥거리는 대폿집을 기어들어가 정종 한잔에 한접시의 소국과 참새구이를 놓고 마시는 氣分을 모르는바 아니다. 희미한 전등불아래 자욱한 담배연기는 안개처럼 짙은데 그래도 비좁은 자리에서나마 열올려가며 天下를 주름잡는 입씨름들은 젊고 늙고 간에 제마다 구겨진 마음을 달래주는 浪漫의 風景이 아닐 수 없겠지마는 제발 잡잘한 참새구이 몇 마리를 앞에 놓고 어르렁 거리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구워주니 맛이있어 먹어도 마음이 개운치 못하다. 하룻밤에 明洞이나 武橋洞술집에서 사람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참새만해도 수만 마리가 될 것을 생각하면 끔직스럽다.
술잔에 서린 입맛 때문에 가냘픈 생명을 털 뽑아서 이렇듯 많이들 적쇠에 구워도 좋겠는지 생각할 일이다. 그리고 집마다 크리스마스를 기쁘게 모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긴 얘기가 필요 없다. 그렇지만 이 祝祭무드로 말미암아 많은 생나무들이 베어져서는 또한 안될줄 안다. 이날을 뜻있게 보내는 하고많은 方法이있을수 있는 것인데 벌거벗은 산마루를 그나마 푸르게 메워주고 있는 나무들을 베어다 즐긴다는 것은 해마다 맞이하는 이 名節에 뒤따르는 희생이 너무나 크지 않을까 한다.
아직 제대로 가꾸어 놓지 못한 우리네 산들이라 한그루나무라도 베지 말고 꺾지 말아서 되도록 빨리 포근한 옷가지를 입혀야하겠다. 산이 춥지 않아야 사람들이 춥지 않고 살 수 있을 게고 숲이 우거져야 그 속을 나는 새때와 같이 우리네 百姓의 마음도 기름지고 고와지리라는 바람에서 그러하다.
우리도 산을 아끼는 유럽 사람들처럼 큰 나무를 벤자리에는 반드시 나무를 심고 철사를 둘러가며 꽂아서 가꾸어줄 성의를 가져야할 것이고 나무에 새장을 만들어 높게 걸어두어 산새들을 길러주는 사랑을 가져야하겠다.
權寧百(東亞日報論說委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