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5일 시민회관에 삼부요인을 위시하여 각급교육계대표와 학생은 물론 국내 각계의 지도급 인물과 내외귀빈 다수를 초청하여 근래에 보기드문 역사적인 자리에서 朴 대통령에 의하여 전문 3절 3백93자로된 국민교육헌장 선포를 보았다. 이 국민교육헌장은 權 문교장관이 그동안의 경위 설명에서 밝힌바와 같이 朴 대통령에 의하여 착상되고 발의된 것만은 사실이나 그 표제가 명백히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국민이 국민에게 선포한 헌장이요, 우리 스스로가 앞으로 나갈 지표를 명백히 한 것이라 하겠다.
어떤 개인이나 조직에 의하여 지시되거나 강요된 명령이 아님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 다같이 뜻을 모아 한국의 새로운 인간상, 바람직한 인간상을 그려놓고 우리의 후진교육은 물론 온 국민이 우리 다 같이 이러한 인간이 되어 보자고 다짐하고 서약한 것이라 하겠다.
우리는 조국 근대화를 위하여 안깐힘을 써 왔다. 조국 재건의 과업의 첫 과제는 빈곤에서의 탈피라고 했다.
빈곤 극복이 우리의 지상목표인양 제1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성공리에 완수하고 제2차 5개년 계획은 더욱 약진하여 조국의 경제성장의 속도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볼 수없는 약진상이요, 국토마저 변모해가는 발전을 이룩하면서 경제면에서는 희망에찬 70년대를 내다 보고 있는 터이다.
금년 한해의 성장율만도 11.7%라고 정부는 그 성과를 자랑할 만한 숫자로 밝히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한편 우리는 경제성장율에 못지않게 혹은 성장율의 숫자상으로 불만내지 불행을 지적하고 개탄한지 오래다. 다시 말하면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우리의 양심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리라.
오늘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각종각양의 부조리한 현상은 곧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자유방종의 풍조, 존엄한 인간의 품위상실과 학대, 자기 이익에만 급급하여 국가도 민족도 돌볼 줄 모르는 상업주의, 금전만능의 기업주의 등은 날로 국민생활 속에 만연하여 이러한 길만이 인간본연의 길인 것처럼 착각된 사회를 이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풍조는 그 결과 부익부, 빈약빈의 새로운 현실을 낳게 하여 공업이나 다른 「써비스」업에 종사하는 인구와 농업인구와의 생활면의 격차, 도시와 농촌의 격차, 개인생활의 격차 등등의 결과를 만들어 놓고 국민은 빈곤의식의 노예로 그 빈곤의식자체를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우리의 경제성장을 위한 노력은 확실히 개인소득 면에서도 현격한 증대를 보았다. 그러나 개인의 경제적 소득의 증대에 비례하여 그만큼 개인의 빈곤의식의 증대를 초래했다고 할 것 같으면 그 사회는 결코 올바른 발전을 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올바른 발전이 없는 사회에는 진정한 평화가 없는 법이다.
진정한 평화는 올바른 발전에서 온다. 인간의 행복과 평화로운 사회는 경제성장만으로는 이룩할 수 없다. 인간이 발전하여야 하고 그 발전은 총체적이고 조화된 발전이라야 한다. 우리가 빈곤이라고 할 때 혹은 빈곤한 인간이라고 할 때 그 인간은 의식주의 결핍만을 뜻하지 않는다. 가령 빈곤한 사회라고 하면 그 사회는 의식주의 결핍은 물론 부정(不正)부패 불법이 있는 곳이요, 자유가 결핍된 곳이요, 폭력이 자행되는 곳이요, 무질서한 곳이요, 착취와 학대가 있는 곳이다. 빈곤한 인간은 물질뿐만 아니라 정의와 자유가 결핍되고 착취와 폭력을 자행하는 인간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빈곤에서의 탈피를 위하여 경제성장에만 치우쳐 진실로 발전된 사회를 이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 같다. 「발전은 평화의 별명」이다. 우리는 우리 온 국민이, 그리고 나아가서 온 인류가 다같이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총체적이고 조화된 인간발전을 해야 하겠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비록 만시지탄은 있으나 그리고 미흡한 점을 느끼면서도 금번 선포된 국민교육헌장을 환영하는 바이다. 그것은 곧 위에 말한 올바른 사회를 이룩할 수 있는 많은 덕목(德目)들을 나열 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즉, 조국애, 국민협동체의식 자주독립정신과 우리의 주체성, 인류애, 근로정신과 창조성, 조화된 인격, 사회정의와 준법정신, 승공과 남북통일에 이르기까지의 각종 덕목들이다. 따라 시한적이고 한국의 현실에 다분히 국한된 듯한 감마저 없는바 아니요, 「헌장」이란 간결한 문장구조상 많은 이념의 나열은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윤택 없는 골격만의 헌장임은 부인할 수 없는 바이다.
더구나 너무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인 인간상이 부각되어 있지 않은 점과 영원한 인간상에 이르는 보다 높은 차원에의 이상의 명시가 없음을 아쉽게 생각하는 바이기는 하나 오늘과 같은 혼란된 사회와 경제성장이 가져올 앞으로의 사회의 혼란상을 생각할 때 정신적인 가치의 인식과 선에의 지향을 명시한 좌표를 가진다는 것은 확실히 환영할 우리의 새로운 각오라고 할 것이다.
이 헌장을 살려 살을 붙이고 꽃을 피게 할 일이 남았다. 그리고 시급하다. 그것은 곧 우리의 생활이다. 헌장을 살려 발전된 사회를 이룩할 수 있는 길은 국민 하나하나가 다같이 헌장정신으로 서약한 인간은 물론 또 하나의 그리스도 즉 제2의 그리스도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을수록 더욱 더 많은 평화를 누릴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