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아! 일어나 나랑 미사에 가자』하고 언니가 나를 깨웠다.
어제 밤늦게 까지 「텔레비」을 보았기 때문에 일어나기 싫었다.
나는 신경질을 낼려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예수님께서는 말구유에서 태어나서 고생만하시다가 악당들의 손에 우리죄 때문에 돌아가셨는데 나는 겨울에도 따뜻한 방에서 배불리 먹고 편히 잠을 자니까 나는 예수님 보다 행복한 셈이지! 하고 벌떡 일어나 세수를 했다.』
언니는 놀랍다는 듯이 『네가 웬일이니? 딴때 같으면 발길로 차도 안일어나더니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구나?』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려댔다.
나는 말대신 혀를 날름 내밀어 보였다. 성당에 갔더니 신부님이 복음을 읽는 중이었다. 『늦었구나!』하고 얼른 뒷자리에 앉았다. 복음도 끝나고 미사의 핵심부분이 되었다. 나는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아기예수님을 맞이할 기쁨으로 열심히 기도드렸다. 『요번에 돌아오는 크리스마스 때까지 죄안짓고 착히살게 해 주셔요』
『보라! 세상에 죄를…』
『주여! 내안에 주를 모시기에…』
나는 얼른 나가서 성체를 마음속에 모셨다.
『이번에는 절대 동생들과 싸우지 말고 신공도 열심히 해야지』하고 거듭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
『미사가 끝납니다』
『천주께 감사합니다.』
신부님의 강복이 끝났다.
단때 같으면 짧은 미사시간도 지루했는데 오늘만은
『좀 더 길었으면』하고 아쉽기까지 했다.
나는 이것이 모두 얼마안있으면 우리마음에 오실 아기예수님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학교에 늦을까봐 막 뛰어서 집으로 왔다 『언니 밥줘』하고 소리를 지르고 콧노래를 부르며 책가방을 챙겼다.
『자, 도시락!』하고 언니가 내밀었다. 반찬통을 열어보니 언제나 똑같은 반찬이었다. 딴때 같으면 짜증을 부릴 나였지만 오늘만은 웃으며 집을 나왔다.
그때, 저쪽에서 『정은아!』하고 순예가 불렀다. 나는 아까 미사시간에 어제 순예랑 싸운 것을 통회하지 못했다. 나는 얼른 『순예야! 어제는 내가 미안했어』하고 사과했다. 『괜찮아! 정은아』하고 순예가 웃는 낮으로 말했다. 둘이서 정답게 어깨동무를 하고 가는데 저쪽에서 다해진 옷을 입은 어린아이가 와서 손을 내밀었다. 나는 얼른 손에 10원짜리 한장을 쥐어주었다. 그랬더니 그 꼬마는 절을 꾸뻑하고 갔다.
『만일 저 꼬마 아기예수님이었다면 나는 천국에 조그만 공로를 세운 것이 될 거야』하고 생각하니 무척 기뻤다.
김정은(서강국민교 6년 양화진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