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일의 본명은 발라바입니다. 집에서는 모두가 본명을 부릅니다. 국민학교 2학년입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발라바의 머리속은 서울역 광장처럼 복잡했읍니다. 다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선 손꼽아 기다리기는 하지만 발라바처럼 많은 계획과 줄거움으로 기다린 어린이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저번 주일 날이었읍니다. 주일학교에서 돌아온 발라바는
『엄마 남을 사랑하는 건 예수님을 사랑하는 거야?』
엄마에게 물었읍니다. 그 때 엄마는 부엌에서 점심을 차리고 있었읍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엄마는 눈에 웃음을 담고 말했읍니다.
『씨이 남을 사랑하는 건 예수님을 사랑하는 거냐 말야』
『으응…불쌍한 사람을 사랑하는 건 예수님을 사랑하는게 된다는 말이지?』
엄마가 자기의 말을 알아들은 것 같아서 발라바는 기뻣읍니다.
『응!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그건 말야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는 건 예수님을 정말로 사랑하는게 된다는 거야.』
그래도 발라바는 머리를 갸우뚱하고 눈섭을 가운데로 모으고 엄마를 쳐다보는 눈빛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입니다.
『저말야 예수님은 남을 나와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단 말야. 그러기 때문에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는 건 예수님의 말씀을 잘 지키는게 된다는 거야 알았지?』
『응. 알았어!』
『발라바의 웃는 눈동자가 까맣게 빛났읍니다.
주일학교 박데레사 교감선생님이 그와 같은 말을 했을 때 발라바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읍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박 선샘님의 말을 잊지 않으려고 자꾸만 입속에서 되풀이했던 것입니다.
그날부터 발라바는 누가 불쌍한 사람인가를 생각했읍니다. 그런데 자기와 친한 아이들 얼굴만 자꾸 떠 올랐읍니다.
불쌍한 아이를 골라내는데 며칠이 걸렸읍니다. 그 아이는 철호였읍니다. 철호는 아버지가 없는데다 형제가 많은 아이었읍니다.
언제나 구멍난 양말을 신고 학교에 왔습니다. 친한 아이는 아니었읍니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날 저녁 발라바는
『아빠 나말야 크리스마스 선물 안줘도 돼.』
아빠의 등에서 목을 안고 말했읍니다. 아빠는 발라바를 옆으로 바라보며
『그래… 듣던 중 반가운 말인데…』 웃었읍니다.
『그 대신 돈 줘야 해요』
『그럼 선물 주는 거나마 찬가지지 뭐, 좋다 말았네…』
아빠를 따라 엄마와 발라바도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발라바는 아버지에게서 2백원을 가졌읍니다. 발라바는 자기대로 계산이 있었읍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큰아버지와 삼촌이 사다줄 것을 굳게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 계산이있었읍니다. 크리스마스 날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심부름을 가지 않겠다는…
작년 크리스마스 저녁이었읍니다. 발라바는 원효로에 있는 큰집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가지고 갔읍니다.
큰집에서 저녁을 먹으면서도 마음이 얼마나 조급해지는지 몰랐읍니다. 7시부터 성당유치원에서 주일학교 예술제가 있기 때문이었읍니다.
어두워진 거리에서 기다리는 「버스」는 얼른 나타나지 않았읍니다. 게다가 겨우 오른 「버스」는 도중에서 고장이 났읍니다. 발라바는 울고 싶도록 안타까왔읍니다. 한참 뒤에 온 「버스」를 타고 성당유치원으로 갔을 때에는 유치원 대문이 굳게 닫혀진뒤었읍니다.
안으로 들어못간 아이들이 대문 앞에서 마구 떠들어 대고 있었읍니다. 한동안 추운데서 떨고 있었던 발라바는 울먹이며 집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읍니다.
아버지에게서 받은 2백원으로 발라바는 철호에게 양말 3켤레를 선물했읍니다. 그리고 주일학교 예술제에도 함께 가기 위해서 입장권을 2장 갖고 있는 언니에게서 10원을 주고 1장 사기까지 했읍니다.
언니는 예술제에 나가 독창을 하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 보다 2장을 더 받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언니는 자기 친구를 준다면서 1장 달라는 발라바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읍니다.
그래서 결국 10원을 주고 산 것입니다.
성당에 한 번도 가본 일이 없다는 철호를 데리고 성당주일학교의 예술제의 입장권을 2장 손에 쥐고 성당으로 가는 발라바의 마음은 한없이 즐겁기만 합니다.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발라바가 마음먹은 대로 되어갑니다. 아마, 눈이 내리지 않을 것을 빼놓고는…. (끝)
글 박홍근(兒童作家) 그림 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