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낚시질을 갔던 일이 생각난다. 오래간만에 고기를 잡으러 떠나는 고로 전날부터 낚시대도 손질하고 줄과 낚시도 새로 장만했다. 아침을 먹고 친구와 함께 30리밖 저수지에 자리잡았다. 제법 기대를 거고 낚싯대를 띄우니 처음부터 부표가 까딱까딱 잔잔한 수면에 파문을 일으킨다. 얼씨구나 하고서 채어보니 헛탕이었다. 몇번을 헛손질을 하고나니 무척 궁금하다. 물론 헤밍웨이 작 「바다와 노인」에서 같은 돌고래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금빛 비늘이 번쩍이는 잉어 아니면 越尺 붕어쯤은 잡혔으면 하고 긴장하고 있었다.
드디어 한마리 낚아채는데 성공하여 보니 금빛나는 잉어는 커녕 피래미 새끼가 대롱대롱 달려 나온다. 어이가 없지만 잡아냈다. 하루 왼종일 땀을 흘리며 잡아보니 저녁나절에는 피래미 20여마리를 겨우 잡았다. 단 한마리라도 큰놈을 잡았던들 바구니 들고 돌아오기가 챙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요새는 다른 면에서 낚싯군의 심정을 맛보고 있다.
판공성사때가 오면 그래도 이번에는 큰 고기가 잡히리라 기대를 크게 가져본다.
(실례?) 신자들이 냉담하고 죄중에 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상태에 있는 분들이 성사받기를 기다리는 마음에서이다. 며칠전부터 일정표를 작성하여 발표하고 손님 신부까지 청하여 도와달라 부탁을 해놓고서 기다리는 신부의 심정을 생각해 볼 때 마치 낚시질 하는 사람과 흡사한 점이 많다고 본다.
영하 10여도를 넘는 추위에 왼종일 떨며 고해소에 앉아 있어도 오랫동안 냉담했던 신자나 큰 죄중에서 허덕이는 신자들이 자주 나타나면 그날은 큰 위안을 얻고 보람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러나 막상 고해성사를 주일마다 보는 할머니들만 들어와서 그저 『손주새끼들을 나무랬읍니다.』 『삼종 한번 궐하였읍니다.』 『깜박 잊고 소재를 못지켰읍니다』 『그만입니다』 하기를 계속하면 안타까운 고해 신부는 짜증이 나려고 하기가 보통이다.
마치 하루종일 뙤약볕에서 낚시질하여 송사리만 몇마리 잡아가지고 돌아오는 허탈한 낚싯군의 심정마냥….
金春根(공군 군종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