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건만한 크기의 푸른 하늘조각만 보아도 장마 끝을 엿본 양반기다가 실망하기 몇차례. 그러나 이제는 정말 장마도 걷혔나 보다. 그런데 장마가 남기고간 것은 곰팡내 나는 친구들뿐만이 아니라 보다 절실히 메아리치는 물난리의 참상이다. 가뭄에는 그다지도 목마른 한 방울의 소중한 물이건만 지나치면 이처럼 화를 끼치니 가뭄과 수해를 막아낼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하더라도 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슬픔에 잠긴 이들에게 조그만 마음의 표시라도 정성껏 나타내어 그 슬픔을 저주로 느끼지 않도록 하는 일이리라. 도시 苦樂을 나눈다는 것이 결코 수월한 일은 아니다. 좋은 일의 경우만도 그렇다. 남의 福과 행운을 순수한 마음으로 함께 기뻐해 주기란 힘든다. 경쟁의식 나아가서는 시샘하는 감정이 우리 안에 정화되지 못한 만큼 남이 나보다 잘되는 것이 그리 기쁘기만 하지는 않다. 그러나 기쁜 일을 당한 사람에게는 설혹 남이 그 기쁨을 나누어 즐겨주지 않는다 해서 섭섭하기는 하겠지만 자신의 행운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자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탄에 빠진 이들에게 이같은 무관심은 그들의 불행을 더 검게 물들이는 동기가 된다. 이번 장마로 인해서 부모를 잃은 이들도 있다. 형제와 자녀를 앗기고 위로를 찾을 바 모르는 이들도 있다.
과연 그들과 똑같은 재난을 당하지 않고서 그들의 슬픔을 함께 느끼고 위로를 나눌 힘이 우리에게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정의 눈길만을 보내고 말 수 있을까? 적어도 도시에서 살기에 피할 수 있었던 이같은 재난을 도시 사람들의 방법대로 물적으로나마 성의를 담뿍 나타내어 봄이 옳지 않을까?
해마다 거듭되는 일이기에 한심스럽고 우리의 주의를 기울이는 데도 소홀해지기 쉽다.
어떠한 계기로 해서든 우리가 서로 공동의 운명을 스스로 받아들여 괴로움도 즐거움도 나눌 줄 안다는 것을 체험하는 것,
또한 기도나 희생 못지않게 값진 행동임에 틀림없으리라.
洪承玉(서울大文理大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