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오면 아버지의 옛날이야기가 생각난다.
바로 8월 15일 성모몽소승천첨례와 함수관계가 있는, 생각하면 조그마한 기적이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아버지의 기적」이라고 내딴에는 생각하고 있다. 아버지는 살아생전 자식들에게 물려줄만한 재산도 없었으며 또 재산을 장만하려고 애도 쓰시지 않았다. 한평생 천주교 전도회장으로 사시다 돌아가셨기 때문에 돈을 모은다는 것과는 아주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몇가지의 기적같은 것을 갖고 있었는데 그 기적을 나는 보이지 않는 재산으로 마음속에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정신적 유산이므로 아버지의 작은 기적들을 훈장처럼 가슴속에 달고 있는데 아마도 아버지가 남긴 이유산으로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부터 50년전 元山은 독일교구로서 탁 신부가 본당신부로 있었다.
전도회장직에 있던 아버지는 수단(신부옷)을 입지 않은 신부같은 책임으로 시골산간벽지로 걸어서 공소를 찾아다녀야 했다.
산골로 공소를 돌고있던 중 8월 15일 성모몽소승천첨례날이 가까워오매 이 첨례만은 元山본당에서 지내야했기 때문에 元山으로 발길을 돌렸다.
괴나리 보따리를 등에 걸머지고 산골공소를 나서니 산골 교우들이 『이렇게 장마가 졌으니 어떻게 가시겠는가?』고 근심에 쌓여 못가게 만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첩례인 성모몽소승천만은 元山 본당에서 지내야겠다면서 길을 떠났다. 아닐세나 장마가 간뒤라 길을 찾아낼 길이 없고 또랑에는 물이 철철 흘러넘치고 있었다.
이런 물길을 넘어서니 또 눈앞에는 탁류가 소용돌이치는 江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나룻배는 물론 없었다. 江은 건너야 한다.
괴나리 보따리를 머리위에 질끈 동여매고 건너기 시작했다.
『앗차!』할 사이도 없이 발을 잘못 딛어 물결에 휩쓸렸다.
어디까지 떠내려가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한참 떠내려가다가 문득 江물위에 몸이 떠올랐다.
『이것 잡으세요』
하며 어떤 여인이 자기 치마허리를 끌러 던저 주었다.
의식을 잃은채 아버지는 그 치마끈을 잡고 강뚝위로 기어올라 왔다.
아무 女人도 없다.
자기의 손은 옥수수대를 꽉 잡고 있을 뿐이었다.
『참! 이상하다 분명 어떤 여인이 치마자락을 던져주기에 그것을 잡고 기어올라 왔는데…』
사방은 고요한데 江물소리만이 들려왔다.
아버지는 뚝위에서 무릎을 꿇고 성모경을 올렸다.
『성총을 가득히 입으며 마리아여…』
金基永(每日經濟新聞編輯局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