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다 「로마」로 통한다지만 한국과는 아직도 거리감을 갖게되며 가까운 나라들이라 할지라도 로마 건축물의 두꺼운 벽으로 서로의 대화가 손쉽지 않은 경우도 왕왕있다. 그러나 그리스도신비체의 참된 일치와 공고한 유대는 지상의 어느 조직체보다 확고하며 의심할 여지도 없이 성심의 보호로 영속될 것이다. 자율을 통한 자주성의 부족과 지속성이 박약한 오늘의 유통적 풍조의 눈으로 볼 때 교회도 그 밑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또 지각없는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세속적 눈은 교회의 핵심인 불가견적 요소를 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비판의 눈이 다 일률적이라고 조소하고 유아독존의 권좌를 버틸 수 있을만큼 교회의 가견적 요소인 사회 조직은 완전무결한 것은 못된다. 이미 교회의 기성요원이라 할지라도 구원의 대상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구원을 받아야 할 사람이 구원을 주는 사람의 태도를 취한다면 예수님의 질책을 받아 마땅한 회칠한 무덤과 같은 바리서이와 다를 바 없다. 그러기에 불완전하고 미숙한 교회의 가견적 요소는 부단한 노력으로 쇄신과 성화의 길을 일보 일보 전진하고 있다. 이것이 신앙으로 본 인간사에 점철된 참된 교회상이다. 가견적 교회도 계속적인 노력을 한다. 그러나 부조리하고 무성의하다고 비판한다.
그리스도는 복음 자체이고 그 그리스도를 잘 알아듣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느님은 특별한 섭리로 인간의 언어를 빌어 당신의 성의를 전달할 수 있도록 성서를 우리에게 주셨고 이 복음을 더욱 효과적으로 그르침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그리스도의 후계자들을 통한 교도권을 주셨다. 성서와 가견적 교도권을 멀리하고서는 결코 구원의 진수를 알아들을 수 없다고 단정해도 좋을 것이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는 또한 자신의 구원과 사도직을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우주의 올바른 질서 즉 그리스도 왕국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구원만을 생각한다는 것은 모순임을 명백히 가르쳐 준다. 따라서 복음을 전해 들었으면 반드시 선포하고 전해야 한다.
그래서 요즈음 성서사도직이란 새로운 용어도 생겼다. 쇄신에 있지 않고 이를 통해서 모든 하느님의 백성의 성화를 도모하는데 있다.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그리스도를 알기위해 성서를 읽고 또 남에게 전해야 한다. 성서를 바탕하지 않는 사도직이란 있을 수 없다. 지난 4월 14일부터 16일까지 「로마」 교황청 일치국에서 68년 4월 24일 이미 고인이 된 베아 추기경의 건의에 따라 그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드디어 세계가톨릭성서사도직협의회의 발족을 보게되어 제일차 회의를 가진바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한명의 대표가 참석했다.
교황 바오로 6세께서는 협회대표들을 접견하시고 협의회 원동력이 되신 베아 경을 찬양하시고 그동안 연구와 수도를 아까지 않은 모든 이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하시면서 성서사도직의 중요성을 역설하셨다.
우리는 이 협회의 발족을 보고 뒤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진심으로 교황성하와 더불어 기쁘하며 발전을 위해 축하한다. 교황이 인용하신 계시헌장의 「성서는 모든시대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대목의 뜻을 새롭게 깨닫게 되며 이를 위한 새로운 노력과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하겠다. 교황께서 말씀하신대로 협의회 세부계획은 면밀히 연구되어 관계당국의 인준을 받은후에 전세계 주교들에게 전달 이바지 되겠지만 성급한 우리의 관심이 크면 클수록 협회의 인적구성과 명백한 성격 목적 중요사업계획 그리고 지역교회와의 유대를 궁금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 협회가 실효성 있게 과감한 박력과 헌신적 노력으로 항구히 그 영향력을 전세계 교회에 미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성서는 만인을 위한 것이고 모든 이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드러난 우선적 사업내용은 이 협회가 프로테스탄트의 성서공회와의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제휴를 통한 성서의 공동번역과 보급으로 알려졌다. 이는 두꺼운 로마의 성벽을 타파하고, 참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모든 형제들에게 참된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쇄신된 순수한 노력이다. 이미 갈려진 형제들의 열렬한 호응과 찬사가 쇄도된 것으로 전해지나 이 새로운 국면에 처해 쌍방의 순수한 지향과 노력으로 빨리 실효를 거둘 수 있게 되어야겠다.
이미 지난 한해동안 연구과정에서 발표된 교황청의 성서공동번역에 있어서 신구교협의체의 지도원리, 여러나라 주교회의에서 공인된 성서 공회와의 협의계획 등도 충분히 활용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교회는 대화를 통한 설득과 이해를 필요로 하는 지금의 세계를 도외시하지 않는다. 교황이 바티칸궁을 떠나지 않고 성서는 역사적 문화적 여건으로 성직자와 수도원 깊숙한 곳에서만 찾아볼 수 있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 모든 하느님의 백성은 근본적인 의미에서 우리의 것이고 만인의 것인 성서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혁신적 노력으로 성서보급에 노력해야겠다. 앞으로 이 성서사도직협회에 아쉽게 바라고 싶은 것은 종교적 발전적 도상에 있는 제국가를 위한 성서보급에 있어 구체적으로 지적 물적 지우너을 특별히 아끼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우리는 지난 과거 프로테스탄트 세계성서공회의 활동을 보고 부끄러움과 서운함을 금할 수 없었다.